- 이원용(시인)
서울을 떠나 원산으로 달리던 철마 한 조각이
기적소리 숨을 멈추고 원정리역 눈물의 플랫폼에 서서
저 멀리 포화에 벗겨진 백마고지와
침략자들의 모략지 노동당사를
쳐다보며 서 있네.
반나절 걸어 오르던 산등성이에 쳐 놓은
삼팔선 철조망이 길을 막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분단선이
한이 서린 고갯길이 되어
민주의 품속에서 숨을 멈추고 기다리고
아직도 저 이름 모를 고지에는
적의 포성에 눈과 귀가 멀어
고향 가는 길을 잃은 목숨들이 흐느끼는데
이념의 손길이 그려 놓은 철조망 앞에
총소리는 멈추었지만
가시보다 더 날카로운 눈초리들이 남녘을 내려다보네.
하늘이시여
녹슨 철마에게 기적의 목소리를 가르치시어
달려가던 습성이 살아나게 하시고
하늘을 오고가는 저 새들에게
평화의 씨앗 물어다 북녘에 뿌리게 하소서.
민족의 한이 서린 저 분단선을 지워주소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가 바람에게 (21) | 2025.06.26 |
---|---|
그대 빈손에 이 작은 풀꽃을 (27) | 2025.06.16 |
노을 (14) | 2025.06.14 |
좋은 때 (28) | 2025.06.09 |
나의 사랑하는 나라 (35) | 2025.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