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행복한 생각
이제 봄입니다.
겨울 내내 얼어 있던 땅이 조금씩 풀리고, 보이지 않던 생명들이 조용히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봄은 시작되었습니다.
흙 속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봄을 본다는 것은 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는 생명을 보는 것입니다. 인디언들은 봄이 되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걸어라.
땅 밑에 이제 막 씨앗들이 올라오고 있으니, 그것을 밟지 말라.
참 따뜻한 말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귀히 여기는 마음, 아직 여린 것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 막 시작되는 생명을 조심스레 품어 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도 이런 마음으로 봄을 대했습니다.
평소에는 촘촘한 짚신을 신었지만, 봄이면 엉성하고 성긴 짚신을 신었습니다.
봄이 되면 벌레들이 깨어나기 때문에 느슨한 짚신을 신으면 막 태어난 작은 생명들이 덜 밟히게 된다고 생각했지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걸음을 바꾸는 삶, 그것이 바로 봄의 마음입니다.
사순절을 지나며 우리는 십자가를 묵상합니다.
십자가는 겉으로 보면 끝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부활의 씨앗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패라고 말했지만, 하나님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믿음이란 아직 보이지 않는 생명을 믿는 것, 아직 자라지 않은 것을 기다리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그 안에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이번 봄에는 뒤꿈치를 조금 들고 사뿐사뿐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내 발밑에 누군가의 희망이 있을지 모릅니다. 혹시 내 곁의 누군가가 이제 막 다시 살아나고 있을지 모릅니다. 혹시 하나님이 지금도 조용히 씨앗을 밀어 올리고 계실지 모릅니다.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연약한 것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 보이지 않는 생명을 존중하는 시선, 이것이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그런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의 시간을 기다려 주는 공동체. 눈에 보이는 열매만으로 평가하는 공동체보다 보이지 않는 씨앗을 함께 지켜 주는 공동체. 작은 변화를 기뻐하고 느린 성장을 품어 주며 하나님의 조용한 역사를 함께 믿어 주는 공동체가 되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그런 사람들을 통해 조용히 봄을 세상 위로 밀어 올리고 계십니다.
(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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