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1934-2022)
라파엘로였던가?
성당의 천장화를 그릴 때의 이야기입니다.
라파엘로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왕은
그가 딛고 선 사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왕은 그의 뒤에서 구경하는 재상에게 지시합니다.
“이보게, 저 사다리 좀 잡아주게.”
그러자 재상이 황당해 하며
“폐하, 일국의 재상이 저런 환쟁이의 사다리를
붙잡아 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러자 왕은 말했습니다.
“자네 목이 부러지면 재상할 사람이 줄을 서지만
저 화가의 목이 부러지면
누구도 저런 그림을 대신 그릴 사람이 없다네.“
1등 다음에는 2등이 있지요.
1등이 없어지면 2등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면
그는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지요.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할 수 없기에,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이기에,
내 지문처럼 찍힌 이 삶은 이토록 소중하고
이토록 찬란한 빛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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