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화(1921-2003,대한민국예술원상)
혜화동 마루턱에 수녀원이 있습니다
아침 6시 부근 내가 산책을 돌 무렵이면
하나둘 떼를 지어
까만 새들처럼 修女들이 언덕길로 나옵니다.
아침 종소리가 나면
언덕길엔 나만 남고
修女들은 간 곳이 없습니다.
고요를 밟고 내려오는
나는, 이제
얼마나 더 이 언덕길을 걸을 수 있을까
부질없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어제도 그 종소리
오늘도 그 종소리
내일도 그 종소리겠지만
믿는 자는 어디로 가며
믿지 않는 나는 어디로 갈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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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1990년 경 중병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후, 아침 산책 중에 느낀 심리적 풍경을 그린 것이다.
즉 종소리에 따라 왔다가 사라진 修女들을 보면서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삶에 대한 탐색을 하는데,
이것이 고난이 주는 은혜라 할 수 있다.(소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