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에 가서 본
신의주 건너편 중국 단동 시
그리운 그 이름 압록강변에서
북한 주민 아사자餓死者 속출할 때
한국교회 성도들의 뜻 모아
중국에서 산 강냉이 가루 80톤을
찬송과 기도와 말씀으로 예배드리고
하루 한 번 신의주로 가는
화물열차 6칸에 가득 실어 보내고
우리 일행은 작은 유람선 빌려
중국인 선장 안내로 신의주 항구
한 바퀴 돌아볼 때 본 북한 주민들
할 일이 없어 종일 강둑에 앉은 3,40대들
사진 찍지말라는 선장 당부에 아쉬었으나
바라보는 그 멍한 눈빛들 영영 잊을 수 없다.
강에는 오가는 배들이 하나 보이지 않고
강변에는 시뻘건 녹슨 고깃배들이
수십 척 그냥 매어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고달픔과 처절한 삶이 엿보여
문득 측은지심惻隱之心 일어나
일주를 중단하고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귀국한지 보름 후에 날아 온
북한 적십자사에서의 전보
- 귀회에서 보낸 강냉이가루 80톤 접수하고
평안북도, 양강도 주민 16만 4천5백 89명에게
고루 나누어 주었음. 이상
인도적 입장에서 보낸 것이지만
‘감사’라는 단어 하나 없는게 섭섭했으나
압록강변에서 본 그들의 멍한 눈빛 때문에
4년 동안 14차례 다양한 곡물을 사서
인천, 부산, 군산, 속초에서 계속 실어 보냈다.
보낼 때마다 보내 온 전보들은
한결같이 ‘감사’란 단어 하나 없는
전혀 사무적이고 싸늘한 문구였으나
우리가 계속 보낸 것은 바로 그들의 눈빛
우리가 기도할 때마다 떠오르는
그 멍한 눈빛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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