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 도로로사(via Dororosa)*

유소솔 2021. 7. 26. 23:52

 

 

 

눈물 없이 갈 수 없는

아픔 없이 갈 수 없는

통곡의 길

그러나 우리는 눈물 한 방울 없이 걸어갔습니다.

 

그 분의 핏자국으로 얼룩진

피와 땀 없이는 갈 수 없는

고난의 길

그러나 우리는 땀방울 하나 없이 걸어갔습니다.

 

이마의 가시관에서 핏방울 흘리며

무거운 십자가 메고 가신

십자가의 길

그러나 우리는 十字架 없이 그냥 올라갔습니다.

 

가시다가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

무려 일곱 번이나 쓰러지셨다는

탈진(脫盡)의 길

그러나 우리는 힘이 넘쳐 그냥 올라갔습니다.

                                                                                                           

더러운 흙먼지가 펄펄 날리고

거친 돌들에 맨발이 상하시던

고통의 길

그러나 우리는 고운 돌들로 잘 닦인 길, 걸어갔습니다.

 

우리는 그 길을 오르는 동안 주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더러는 기도도 하고 잠시 슬픔의 마음도 가졌으나

성지순례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걸어올라 갔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성지 순례가 아니었습니다.

십자가 지지 않은 성지 관광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목사와 사모, 장로와 권사, 집사라는 성직자지만

아직 십자가의 참 의미를 모르는 철부지 신자일 뿐입니다.

 

- 끼리에 엘레이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 라틴어로, 주님이 십자가 지시고 올라가신 길

          ** 라틴어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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