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의 단상

고난을 극복하는 예배의 힘

유소솔 2021. 8. 22. 00:19

 

 

이성복 시인의 이라는 시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여름의 폭염과 폭풍까지 견뎌낸 백일홍이 붉은 꽃들을 피워낸 것을 보면서 다행스러운 생각과 경건한 마음까지 듭니다.

2년 전, 팬데믹으로 인해 셧다운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 모두는 ‘그저 잠시 동안’의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이 가면 수그러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시작된 이 상황은 언제 끝날지, 언제 과거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직도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 역시 임시변통으로 목회에 임해 왔습니다. 대면 예배를 영상 예배로 대신하였고, 직접 만날 수 없어서 전화로 안부를 여쭈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교우들 또한 찾아 뵐 수가 없어서 전화로 대신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과 싸워야 했습니다.

셧다운 상황으로 인해 바깥 활동은 줄었지만 그로 인한 내적 스트레스는 더 커졌습니다.

다른 목회자들의 말을 들어 보니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물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리고 교회에 나오지 못하지만 있는 자리에서 신실하게 예배하며 교회를 위하여 기도해 주셨던 여러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그리고 온라인 사역을 위하여 음향과 영상 작업에 헌신해 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제 다시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현실은 혼란스럽고 어둡지만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꾸어 봅니다.

그리고 이 일의 시작은 예배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회복의 중심에 예배가 있어야 합니다. 예배부터 일상을 회복하십시오. 그럼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의 일상을 회복시켜 주실 것입니다. 여름의 폭풍을 견뎌낸 백일홍이 피어나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핏빛으로 덮듯 절망을 온전히 견딘 자리에서 새로운 여러분들의 삶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