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9월의 기도 (문혜숙)

유소솔 2021. 9. 23. 00:02

 

나의 기도가

가을의 향기로 담아내는

국화이게 하소서.

 

살아 있는 날들을 위하여

날마다 시작을 꿈꾸며

반쪽 날개를 베고 자는

고독한 영혼을 감싸도록

따스한 향기가 되게 하소서.

 

나의 시작이

당신이 계시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길목이게 하소서.

 

세상에 머문 인생을 묶어

당신의 말씀 위에 띄우고

넘치는 기쁨으로 비상하는 새

천상을 나는 날개이게 하소서.

 

나의 믿음이

가슴에 어리는 강물이 되어

수줍게 흐르는 생명이게 하소서.

 

가슴 속에 흐르는 물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

마른 뿌리를 적시게 하시고

당신의 그늘 아래 숨 쉬게 하소서.

 

나의 일생이

당신의 손끝으로 잡으시는

맥박으로 뛰게 하소서.

 

나는 당신이 택한 그릇

복음의 순례자들로 묶어

엘리야의 산 위에 겸손으로 오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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