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규옥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낮은 곳으로 내려가겠다는
다짐은 간 곳 없고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버둥대며 살아온 삶이었습니다.
이제 참회의 촛불을 켜렵니다.
어려운 자들과
고통 받는 자들에게
열리지 않았던 가슴을
마지막 남은
단 며칠만이라도 활짝 열어
그들과 함께 하게 하소서
겨울 숲 빈 나뭇가지에
밝게 스미는 햇살처럼
저마다의 가슴속에
한 줄기 사랑의 빛이 스미어
오래도록 머물게 하소서
그리하여 모두가
희망으로 가득 찬
새해를 맞이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