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2

9월의 기도 (문혜숙)

나의 기도가 가을의 향기로 담아내는 국화이게 하소서. 살아 있는 날들을 위하여 날마다 시작을 꿈꾸며 반쪽 날개를 베고 자는 고독한 영혼을 감싸도록 따스한 향기가 되게 하소서. 나의 시작이 당신이 계시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길목이게 하소서. 세상에 머문 인생을 묶어 당신의 말씀 위에 띄우고 넘치는 기쁨으로 비상하는 새 천상을 나는 날개이게 하소서. 나의 믿음이 가슴에 어리는 강물이 되어 수줍게 흐르는 생명이게 하소서. 가슴 속에 흐르는 물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로 마른 뿌리를 적시게 하시고 당신의 그늘 아래 숨 쉬게 하소서. 나의 일생이 당신의 손끝으로 잡으시는 맥박으로 뛰게 하소서. 나는 당신이 택한 그릇 복음의 순례자들로 묶어 엘리야의 산 위에 겸손으로 오르게 하소서.

겨울 우체통

흰 눈이 쌓인다 빨강 우체통 위에 흰 사연이 쌓인다 우체통 안으로 갈 곳이 서로 다르고 받는 사람이 서로 달라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비가 내리고 눈보라가 휘날려도 편지는 언제나 옷깃에 날개를 단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기쁨에. - 월간문학(2005)에 게재 - 소솔 제3동시집 수록(2018) --------------------------------------------------- (시평) 맑고 포근한 겨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네요.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빨강우체통, 그 안으로 흰 사연이 쌓이는 정경이 눈송이처럼 따스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에,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기쁨이 있어 빨강 우체통은 그렇게 추운 겨울도 아랑곳 않고 길가에 서 있다는 생각에 우리 맘이 왠지 폭신해 집니다. 이 시를 읽으..

동시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