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계산서 - 김창희(수필가. 교장 역임) 결혼하자 월급 봉투를 몽땅 아내에게 가져다 주었다. 결혼 전에 모아 놓은 재산도 없고 수저 색깔이 흙색이라 물려 받은 유산도 없었다. 전세도 아닌 방을 얻어서 출발했지만 결혼 빚을 3개월이나 갚았다. 다들 그렇게 사는 세상이라 셈이 빠른 아내가 내민 신혼의 계산서에는 내 용돈이 월 3만 원이었다. 당시 월급이 적기는 했지만 용돈이 양에 차지 않았다. 적금 붓고, 생활비 떼고 애들 양육비 등 이리저리 제하고 나면 나도 할 말은 없었다. 초임 교사 때는 학교에서 배웠지만, 모르는 것이 천지였다. 하라는 것은 많은데 무엇부터해야할지 몰라 옆반 선배를 따라하기에 바빴다. 우리 반 아이들 이름도 외우기가 힘들었다. 이름은 알겠는데 얼굴이 헷갈렸다. 그럴만도 한 것이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