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친 것이 가을바람이 되어 나무를 만지면 단풍이 들고 사람들 옷깃을 스치면 방금 지은 들밥 같은 시간도 물드네. 바람은 세상 구석구석을 휘돌며 물들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제 슬픔의 색깔로 물들이고 열매란 열매 모두 꽃처럼 매달아 견뎌온 세월을 보여 주네. 뿌리 내리고 살았던 땅에 감사하고 머리에 이었던 하늘에 감사하고 기쁨으로 두 손 가벼이 털고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은 아름답네. 지난 계절 내내 뜨거웠던 열정 저녁 어스름으로 잦아지고 모든 것은 한 때 지나가는 것임을 한 잎의 낙엽이 흩날리며 가슴에 찌익 밑줄을 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