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이상한 금도끼와 은도끼

유소솔 2021. 1. 14. 23:01

        - 옛 ‘금도끼와 은도끼’의 뒷이야기

 

착한 나무꾼은 상으로 받은 금도끼와 은도끼를 자기의 쇠도끼와 함께 지게에 넣었어요, 꼭 꿈을 꾸는 것처럼 이상하게 들뜬 마음이었어요. 그는 천천히 산을 내려와 자기 집으로 들어가 지게에서 도끼들을 마루에 내려놓았는데 금도끼에서 잔잔한 빛이 나고 있었어요.

“여보. 이 누런 도끼에서 빛이나요. 혹시 금도끼 아니어요?”

아내가 놀라며 묻자, 아이들이 놀다가 얼른 다가왔어요. 나무꾼이 대답하셨어요.

“그래. 누런 것은 금도끼고, 은빛 나는 것은 은도끼요.”

“예? 뭐라 구요?”

아내가 입이 벌어지도록 놀라자, 아이들도 소리쳤어요.

“와, 금도끼와 은도끼다!”

아이들이 신기해서 금도끼와 은도끼를 만져보았어요. 나무꾼이 또  말씀하셨어요.

“이 금도끼와 은도끼는 내가 선물로 받은 거야!”

“예? 선물로 받은 거라 구요?”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놀라면서 눈을 둥그렇게 떴어요. 나무꾼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산에서 일어난 얘기를 다 말했지요.

얘기가 끝나자, 아내가 눈을 반짝였어요.

“여보. 이 금도끼를 팔면 얼마나 될까요?”

“글쎄. 금도끼가 한 1만량?, 은도끼가 한 1천량 될까?”

그 말에 아내와 아이들은 놀라서 입이 크게 벌어져 다물 줄을 몰랐어요.               

그 때 엄마가 아이들에게 말했지요.

“얘들아, 우리 집에 금도끼, 은도끼 있다고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왜요?”

“우리 집에 금도끼 은도끼가 있는 줄 알면 도둑이 몰래 훔쳐간단 말이야.”

“아, 예. 알았어요.”

두 아들은 그렇게 약속했지만, 큰 아들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물었다.

“참 이상하다. 아빠, 이것을 팔면 당장 우리가 부자로 살 텐 데, 왜 안 팔아요?”

“너희들이 크면 이것을 팔아서 장가보내려고 그런다.”

아빠의 말에 아이들은 금방 싱글벙글 했어요.

“그럼. 우리가 크면 장가도 가고, 또 부자가 되겠네? 야, 신난다!”

아빠는 금도끼, 은도끼를 장롱 깊숙이 숨긴 후, 자물쇠로 단단히 채웠지요.

 

그때부터 아이들은 공부도 하지 않고 놀기만 했어요.

잘하던 심부름도 꾀를 부려 서로 미루고 해서, 엄마는 속상했는데도 형제는 서로 다투었어요.

“내가 형이니까, 금도끼는 당연히 내 것이고, 은도끼는 네 것이야.”

“체, 형이면 다야? 금도끼는 내가 차지할 거야.”

이렇게 아이들은 금도끼를 놓고 서로 다투었지요.

 

하루는 아빠가 아이들을 불러 앉혔어요.

“너희들, 왜 공부도 안하고 놀기만 하는 거니?”

“공부는 해서 뭘 해요?”하고, 큰 아들이 대꾸했어요.

“뭘 하다니? 공부해야 착한 사람이 되고,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잘 살 수 있단다.”

“왜 공부해요? 저 금도끼만 있으면 나도 금방 잘 살 텐데요.”

큰 아들의 말에 아빠가 깜짝 놀랐어요.

“뭐라구? 그렇다면 너희들에게 금도끼나 은도끼를 안 줄 거야! 금도끼와 은도끼는 착한 사람에게만 주는 상인데, 너희는 공부도 안 하고 엄마 말도 안 들어 착하지도 않으니까.”

아빠는 화를 버럭 내시며 밖으로 나가셨지요.

아빠의 말씀에 작은 아들은 크게 깨닫고, 그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심부름도 잘 했어요. 그러나 큰 아들은 금도끼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서 인지, 공부도 안하고 심부름도 동생에게 만 미루고, 빈둥빈둥 놀기만 했지요.

 

어느덧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커서 청년들이 되었어요.

어느 날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시면서, 둘러앉은 가족들에게 말했어요.

“큰아들에게는 은도끼, 작은아들에게는 금도끼를 준다!”                                           

                                     

그 말에 큰 아들은 화가 났어요.

“그건 말도 안 돼. 내가 큰 아들인데, 당연히 금도끼는 내꺼야!”

그렇지만, 엄마는 분명하게 말했어요.

“아빠의 유언은 가족의 법이란다. 그러니 욕심 부리면 안 된다. 알았느냐?”

큰 아들은 아빠와 엄마가 미웠어요. 덩달아 동생도 미웠지요.

 

아빠의 장례를 마친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얘들아, 난 동네에 잔치가 있어 도와주러 갔다가 저녁에 올 테니, 오늘도 나무를 많이 해 가지고 오너라.”

“예, 엄마. 잘 다녀오세요.”

두 아들이 나무를 하러 각자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가다가 큰 아들이 갑자기 꾀를 부렸어요.

“동생아, 먼저 산에 올라가라. 나, 갑자기 배가 아파서 측간에 갔다가 갈 테니까.”

“예, 형님. 그럼 쉬었다가 금방 올라오세요.”

큰 아들은 아무도 없는 집에 와서 아빠가 서랍 속에 깊이 넣어 둔 열쇠로 금도끼가 든 장롱을 열고, 아우의 금도끼를 훔쳐서 멀리 달아났어요.

“나 혼자 금도끼를 팔아 서울에서 잘 먹고 잘 살아야지!”

큰아들은 서울로 부지런히 걸어 올라가서, 금은방 가게를 찾아갔지요.

“이 금도끼를 팔 테니, 일만 량을 주세요.”

금은방 주인은 커다란 금도끼를 보더니 그만 놀랐어요.

“아, 말로만 듣던 금도끼를 오늘 처음 보는데요?”

가게주인은 금도끼를 들고 여기저기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그리고 작은 망치로 금도끼를 몇 번이나 두드려 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어요.

“손님. 이 금도끼는 가짜입니다. 쇠도끼에 금빛을 칠한 가짜예요.”

“가짜라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하고, 큰 아들이 고개를 옆으로 살래살래 저었어요.

가게주인이 작은 망치로 금도끼를 가만히 두드리니, ‘탕 탕’ 소리가 났어요.

“이 소리를 들어보세요. 이것은 금붙이가 아니라 쇠붙이 소리예요.”

“소리만 듣고 어떻게 알 수 있지요?”

그러자 주인은 파는 진짜 금 두꺼비를 꺼내왔어요. 그리고 작은 망치로 가만히 두드렸더니 “득. 득.”하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지요.

“진짜 금은 이렇게 둔탁한 소리가 나지요.”

할 수 없이 큰아들은 금도끼를 쇠붙이 도끼 값 열량만 받아가지고 나왔지요.

큰아들은 기가 막혔어요. 금방 부자가 되는 꿈이 안개처럼 사라져 실망했지요.

그렇지만 지금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어머니와 동생을 볼 면목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는 우선 서울에서 당장 살아가기 위해 변두리 동네의 오막살이를 하나 빌렸어요. 그리고 날마다 거리에 나가 지게 품팔이를 하면서, 무척 고생하며 살았지요.

 

한편, 동생은 고향에서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았어요.

어느 날 산에 갈려고 쇠도끼를 살피니, 도끼 이가 너무 많이 빠져 있었지요.

“이거 야단났구나. 이제 어떻게 살아가지?”

그때 갑자기 은도끼가 생각났어요.

“그래. 나한테 은도끼가 있지! 오늘은 은도끼를 한번 사용해보자.”

동생은 은도끼를 장롱에서 꺼내어 산으로 가져갔어요.

동생이 큰 나무 허리를 은도끼로 쿵! 하고 찍어보았어요.

나무가 한 번에 쩍! 갈라지고, 다시 찍었더니 차르르 넘어졌지요.

“야, 역시 은도끼는 신기하구나!”

쇠도끼로 수 십 차례 찍는 나무라도 은도끼는 두 방이면 끝냈지요.

그래서 은도끼 덕분에 한 시간 만에 지게에 가득 땔감을 만들었어요. 전에는 쇠도끼로 하루 종일 일해야 이만한 땔감을 만들 수 있었지요.

동생은 시간이 남아서, 하루에도 몇 차례 나무를 해다 팔아서 돈을 모았어요.

일 년 후에 동생은 오막살이를 헐고, 그 터에다 아담한 기와집을 지었어요. 또 논도 사고 밭도 사서 농사를 지으며, 어머니를 편안하게 잘 모셨어요. 그리고 예쁜 처녀한테 장가들어, 아들과 딸과 함께 잘 살게 되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는 서울에 간 큰 아들이 걱정되었어요.

“둘째야, 서울로 간 네 형이 소식이 없어 걱정이구나.”

“금도끼를 가져갔으니, 팔아서 잘 살겠지요.”

“잘 산다면 다행이지만, 형이 정직하지 못해서 아무래도 걱정이구나.”

“나도 형의 그런 마음이 걱정됩니다. 그렇지만 기다려볼 수밖에요.”

그 말에 늙으신 어머니는 한숨만 크게 쉴 수밖에 없었지요.

 

서울에서 고생하며 살던 형은 어느 날 동생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금도끼가 가짜였으니, 동생이 가진 은도끼도 가짜겠지? 그렇다면 가짜 은도끼를 가진 동생도 나처럼 고생하며 살고 있겠구나. 어머니도 더 늙으셨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형은 어머니와 동생의 형편을 살피기 위해 고향으로 밤중에 내려왔어요.

형은 놀랐어요. 고향의 오두막집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담한 기와집이 선뜻 서 있었고, 창에 은은한 불빛이 내비쳤기 때문이지요.

‘이 집이 동생의 집인가?’

형은 그 집 앞으로 가서 기웃거리다가, 마침 밖으로 나오는 동생과 마주쳤어요.

“아니, 형님 아니세요?”

“응, 그래. 동생 집이 맞구나.”

동생을 따라 집으로 들어간 형은 어머니께 큰 절을 했어요. 그리고 훔쳐 간 금도끼가 가짜여서, 서울에서 지게 품팔이로 고생하며 지낸 일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렸지요. 어머니는 큰 아들이 불쌍해서 손을 마주 잡고 함께 눈물을 흘리더니 말씀하셨어요.

“이상하다. 금도끼가 가짜라니? 그래서 고생한 네 얼굴이 말이 아니구나.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잘 했다. 이제 착한 마음으로 여기서 같이 살자구나.”

“그래요, 형님. 여기서 함께 살면서 새 출발하세요. 제가 도울게요.”

어머니와 동생의 말에 형은 면목이 없지만 고개를 끄덕였어요.                             

    

“예, 어머니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동생. 면목이 없지만 그렇게 하겠네.”

 

그날 밤 형은 동생 옆에서 잠을 자면서, 어떻게 잘 살게 되었는지 물었어요.

동생은 신기한 은도끼의 얘기를 다 들려주었지요.

‘그렇다면 금도끼는 가짜고, 은도끼가 진짜란 말인가?‘

이런 생각에 형은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내일 산에 같이 가서 사실인지 꼭 보고야 말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이튿날 형은 동생 따라 산에 가서, 은도끼의 신기함을 두 눈으로 보았어요.

“야, 아무리 큰 나무라도 은도끼 두 방이면 끝내주는구나!”

“그래요. 이 신기한 은도끼 덕분에 돈을 모아 잘 살 수 있었지요.”

동생의 말에 형은 신기한 은도끼가 다시 탐이 났어요.

“그래. 저 은도끼를 팔면 큰돈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날 밤, 형은 잠을 자다가 몰래 일어나서 은도끼를 또 훔쳐 달아났어요.

 

서울로 밤을 새우며 올라간 형은 아침에야 겨우 도착했어요.

형은 금은방에 가서 은도끼를 팔려고 내 놓았지요. 그랬더니 주인은 은도끼를 작은 도끼로 두드리더니 가짜라고 했어요. 쇠도끼에 은물을 칠한 것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지요.

“가짜라니요? 아니, 진짜예요. 내가 이 은도끼의 신기함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니까요.”

형은 은도끼의 신기한 광경을 아무리 말했지만, 금은방 주인은 고개를 저었어요.

“손님. 헛소리 그만하세요. 쇠도끼를 은도끼라도 자꾸 우기면 포도청에 알리겠어요?”

그 말에 형은 은도끼를 훔친 것이 탄로 날 가봐 얼른 은도끼를 가지고 금은방을 나왔어요.

“이상하다. 동생이 쓰면 진짜고, 왜 내가 팔려면 가짜일까?”

형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하신 말씀이 생각났어요.

- 금도끼 은도끼는 정직한 사람에게만 주는 하느님의 상이란다.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나자, 형은 마음에 큰 깨달음이 찾아왔어요.

“아, 그렇구나. 내가 정직하지 못하니까, 금도끼 은도끼가 가짜로 변하는 구나!”

크게 깨달은 형은 은도끼를 가지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형은 어머니와 동생 앞에 무릎을 꿇고, 자기의 잘못을 모두 빌고 용서를 구했어요. 그리고 고향에서 동생과 함께 착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진짜로 말했어요.

그러자 동생이 고개를 옆으로 저었어요.

“형님. 나는 믿을 수 없어요. 나는 형님에게 정말로 실망했다구요. 형님이 은도끼를 또 훔쳐 달아났을 때 어머님은 단 하루도 편히 못 주무셨어요. 어떻게 자식으로 그럴 수 있어요? 그러니 어서 우리 집에서 나가세요!”하고, 동생이 화를 내며 일어섰어요.

그 때 늙으신 어머니가 작은 아들을 붙잡고 눈물을 글썽거렸어요.

“둘째야, 지금은 형이 착해진 것 같구나. 은도끼를 팔지 않고 그냥 가져 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잖니? 그러니, 형을 용서해라. 네 형이 고생하는 것을 보면, 난 편히 잠을 잘 수 없단다.”

어머니의 말씀에 동생은 다시 주저앉았어요.

“어머니, 알겠습니다. 형님. 늙으신 어머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가 아니겠어요. 이제라도 헛된 욕심 버리고 착하게 살면서 어머니를 편히 모시며 같이 살아갑시다.”

“동생, 알겠네. 나는 그동안 정직하지 못해서 하는 일마다 실패만 했어. 이제 나도 동생처럼 욕심을 버리고 바르고 정직하게 살겠네. 나 약속할게.” 형제는 손으로 악수했습니다.

 

며칠 후 동생은 형이 살 집을 새로 마련해주고, 장가도 들게 하여 새 가정을 꾸미게 했어요.

그리고 동생은 형과 함께 서울로 가서 전에 팔았던 금도끼를 열 두량에 사가지고 왔어요.

과연 금도끼는 은도끼보다 더 신기했어요.

아무리 큰 나무라도 금도끼 한방이면 쩍 갈라지고 넘어졌으니까요.

“형님. 이 금도끼를 보세요. 대단하지요?”

“그래. 나는 안 되는데, 네가 하면 모든 게 척척 잘 되는 구나!”                               

                            

“그렇지요. 정직한 마음으로 살면 하느님이 도와주시니까요.”

그날 형제는 점심 때 각자 나무를 가득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점심을 함께 먹고나서, 동생이 밖에 나가더니 금도끼를 가지고 방으로 왔어요.

“형님. 이 금도끼를 형님께 드리니 받으세요. 저는 은도끼만 있으면 됩니다.”

“아니야. 금도끼는 아버지가 아우께 준 것이야.  본래 아우 것인데 내가 탐을 냈지.”

두 사람은 서로 사양하다가, 그럼 금도끼와 은도끼는 필요할 때 서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누구라도 욕심을 부리면 금도끼와 은도끼가 금방 가짜로 변해버리는 것을 아니까요.

이렇게 두 형제는 늙으신 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오래도록 살았답니다. 물론 행복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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