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해피와 포춘이

유소솔 2021. 1. 16. 18:10

토끼들이 사는 양지 마을은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봄이면 앞산 기슭 드넓은 들녘에 파란 잔디가 파릇파릇 나기 시작하여 여름에는 토끼풀의 먹이인 새파란 클로버가 가득 덮여 먹거리가 아주 풍성했습니다.  또 그 언덕 옆 골짜기에는 일 년 내내 산골물이 흘러 토끼들이 매일 와서 물을 마시고, 여름에는 목욕도 하고 물장구도 쳐 살기가 아주 그만입니다.

 지난 이른 봄에 태어난 해피와 포춘이는 이 양지마을에서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해피가 조금 먼저 태어나서 형이 되었지만, 덩치가 더 컸습니다.

 둘이는 아빠엄마를 닮아 눈처럼 흰털 토끼였으나, 귀가 조금 달랐습니다. 형은 귀에 붉은 색이 예쁘게 돌았으나 동생은 귀가 까만 색이어서 좀 달랐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되자, 형제는 키가 크고 힘도 더 세어졌습니다

 

 

 

어느 날, 밖에 놀러갔다가 온 포춘이가 이웃 마을의 친구 하나를 데려왔는데, 흰색보다 검은 색이 더 많이 섞인 토끼였습니다.

“형. 내 친구야, 살랑이라고 해.”

“그래. 난 해피야. 내 동생하고 좋은 친구가 되어라.”

“그럴게요.”

그런데 해피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습니다.

“참. 포춘아, 오늘 네가 약초를 캐러갈 차례야. 어서 갔다 와.”

그 말에 포춘이가 얼른 꾀를 냈습니다.

“형, 어쩌지. 난 지금 살랑이하고 급히 갈 데가 있는데.”하며, 살랑이에게 눈을 꿈벅했습니다.

그러자 살랑이가 얼른 해피에게 말했습니다.

“맞아요, 형. 포춘이하고 어디 급히 갈 약속을 했거든요.”

“그래? 그럼 오늘은 내가 대신 다녀 올 테니, 내일은 네가 꼭 다녀오는 거다.”

해피는 그 길로 엄마 아빠를 위해 약초를 찾아 먼 길을 떠났습니다.                     

“야, 신난다. 살랑아 얼른 우리 놀러가자.”

“포춘아. 네 형은 꼭 바보 같아. 뻔한 거짓말에 금방 넘어가는 걸 보니 말이야,”

“맞아. 우리 형은 바보 같이 착해서 탈이야.”

둘이는 대단한 일이나 한 것처럼 기분 좋게 웃으며 놀러갔습니다.

 

  지난겨울 심한 추위로 함께 감기에 걸린 엄마 아빠의 몸이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벌써 한 달 채 약초를 드시지만 별로 차도가 없습니다. 더 나빠지지 않은 것만이 다행입니다.

소문에는 임금님이 계시는 왕궁에 용한 의사가 있어 이런 감기 쯤 금방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주 높으신 임금님께 감히 찾아가 부탁드릴 수가 없습니다.

 해피는 지금 아빠 엄마가 내일 아침에 잡수실 약초를 구하러 십리나 되는 먼 산길을 오후에 뛰어 갔다 와야 합니다. 한 번 갔다 오면 해가 서산에 머뭅니다. 손과 발에 땀이 촉촉이 젖고 몸이 고단해집니다. 그렇지만 해피는 자기가 고생하는 것보다 아빠 엄마가 이 약초를 먹고 건강해진 모습이 어서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포춘이는 살랑이와 친구가 되더니 날마다 밖에 나가 해가 지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해피가 약초를 가져온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해가 지기 전에 언덕에 올라가서 부모님의 저녁거리를 장만해야 했습니다.

밖에서 싫도록 놀다 밤에 돌아 온 포춘이는 오늘 누구를 만났고, 또 사람의 밭에 가서 싱싱한 배추 잎을 뜯어먹고 왔다며 자랑했습니다. 그때 아빠가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포춘아.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는 들 고양이가 있단다. 전부터 많은 토끼들이 잡혀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지. 제발 너희는 사람 사는 마을 근처에라도 가면 안 된다.”

“예. 조심하겠습니다.”

해피가 대답했지만, 포춘이는 건성으로 “예.”하고 말았습니다.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친구와 돌아다니던 포춘이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들 고양이한테 쫓겨 혼 줄이 나게 도망치다가 발톱이 깨지고 발목도 부어 며칠 동안 집에서 끙끙 앓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살만하면, 말도 없이 살랑이를 또 만나러 갑니다.

 

어느 가을날입니다. 밖에서 돌아 온 포춘이가 신기한 소문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그것은 토끼나라 임금님이 나흘 후, 왕궁 잔디밭에서 달리기 시합을 여는데, 일등을 하면 큰 상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 상은 무슨 소원이든지 말하면 다 들어준다는 것입니다.

“나는 시합에 나가서 일등할 거야.”

벌써 마음이 들떠 있는 포춘이의 말에 엄마가 채근했습니다.

“달리기 시합이라면 너보다 네 형이 더 잘하지 않니?”

“참, 엄마는? 내가 친구들과 놀러 다닐 때 고양이를 만나 친구들은 잡혔어도 난, 안 잡혔다구요. 왜 그런 줄 아세요?”

“왜 그러는데?”

“다 내 이름 덕분이에요. 누가 그러는데, 포춘이란 내 이름이 좋아서 무슨 일이던지 잘 될 거래요. 그러니 이번 시합도 꼭 일등할거예요.”

“그래서 아빠가 네 이름을 운이 좋으라고 지으셨지. 그럼, 형도 함께 나갔으면 좋겠구나.”

그 말에 해피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엄마, 포춘이가 시합에 나가니 나는 안 나가겠어요.”

“키는 네가 더 크고, 힘이 좋아서 더 잘 할 텐데. 한번 나가 봐. 응?”

“엄마가 그렇게 원하신다면 순종하겠습니다."하는 형의 말에 포춘이가 얼른 채근했습니다.

“형은 소원이 뭔데?”

”엄마 아빠 병을 고치는 것. 하지만 일등하기가 쉽지는 않을 거야.”

“형. 두고 봐. 내가 일등해서 내 꿈을 꼭 이룰 거야.”

“네 꿈은 뭔데?”

“음. 내 꿈은 아주 예쁘다고 소문난 임금님 손녀한데 장가가는 거야.”

“그럼. 임금님의 손 사위가 되겠네?”

“그래서 한 번 신나고 멋지게 살 거야. 난, 구질구질한 이런 데서 살기가 싫거든.”

 

이튿날 아침 일찍이 살랑이가 찾아왔습니다.

“포춘아, 너 달리기 시합에 나갈거니?”

“그럼 나갈 거야. 반드시 일등을 해서 임금님 손 사위가 될 거야.”                       

“뭐, 임금님의 손 사위?”

“그래. 내 꿈이 기똥차지?”

“나도 나갈 건데.”

“어, 너도 나간 다구? 네 소원은 뭔데?”

“나도 임금님의 손 사위 되는 것”

“그래? 나하고 경쟁상대지만, 좋다. 우리 잘해 보자.”

둘이는 일어서서 두 손을 서로 마주치며 “파이팅!”했습니다.

 

그때부터 둘이는 달리기 연습을 했습니다. 이 언덕에서 저 먼 언덕까지 몇 번을 뛰어 달리다 숨이 차면 잠시 쉬었다가 또 달렸습니다. 손과 발에 땀이 나도록 뛰고 달렸지만 둘이는 실력이 엇비슷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거듭하자 금방 지쳤습니다.

“아, 힘들어. 더 못하겠어.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그때 살랑이에게 어떤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아, 맞다. 네 잎 클로버, 네 잎 클로버야.”

“뭐, 네잎 클로버?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온다는 말, 몰라?”

“그래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이야. 왜?”

“어서 가서 네 잎 클로버를 찾자. 시합에서 일등 하려면 말이야”

“그렇구나. 배도 고픈데 먹기도 하고, 우리 행운을 찾으러 가자.”

포춘이와 살랑이는 클로버 언덕으로 달려갔습니다.

드넓은 푸른 언덕이 온통 클로버로 덮였습니다. 둘이는 눈을 부릅뜨고 풀을 헤 짚어 봅니다만, 그러다 아니면 얼른 뜯어 먹었습니다. 어느새 그들은 배가 볼록해졌습니다.

둘이는 경쟁하듯 오후 내내 네 잎 클로버 찾기에 매달렸지만, 하나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네 잎 클로버를 찾다가 오후 내내 달리기 연습을 잊었습니다. 그들에겐 달리기 연습보다 네 잎 클로버가 더 중요했습니다. 날이 저물자, 그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튿날은 둘이서 새벽부터 네 잎 클로버 찾기에 또 매달렸습니다. 내일이 시합이어서 네 잎 클로버 찾는 일은 오늘 하루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조바심을 가지고 매달렸습니다.

나중에는 눈이 시려왔지만 그들은 계속 매달렸습니다. 네 잎 클로버 때문에 이틀 동안 마라톤 연습을 못했으니 실력으로 이기기는 틀렸습니다. 그래서 더욱 행운 찾기에 매달렸습니다.

해가 서산마루에 걸려 노을빛을 보낼 때, 포춘이 눈에 네 잎 클로버가 보였습니다. 포춘이는 얼른 네 잎 클로버를 따서 높이 쳐들었습니다.

“야, 찾았다! 내가 1등이다!”

포춘이 말에 저쪽에서 눈을 부라리며 찾던 살랑이가 뛰어왔습니다.

“정말이야?”

“그럼. 내가 누군 줄 아니? 난, 포춘이란 말이야. 행운의 사나이 포춘이!”                         

처음 보는 네 잎 클로버는 신기했습니다. 보통 세 잎 클로버는 위로 한 잎, 아래로 두 잎이 

달려있는데, 네 잎 클로버는 동서남북으로 한 잎씩 네 잎이 보기 좋게 달려있었습니다.

“야, 참 멋있고 신기하게 생겼다.”하고, 감탄하던 살랑이가 말했습니다.

“포춘아, 이제 내일 시합은 네가 이길 것이 뻔해. 축하해!”

“암, 이제 임금님 손 사위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야.”

“이제 내일이면 토끼나라 최고 미인을 색시로 얻어 왕궁에서 살게 되어 좋겠다.”

 그 말에 포춘이가 썩 기분이 좋아 ‘하하하’하고 웃었습니다. 내친 김에 살랑이가 부추겼습니다.

“우리 술집에 가서 실컷 마시고 축하하자. 행운을 찾은 이 밤을 그냥 넘길 수 없잖아?”

“하긴 그래. 자, 가자. 기분이다. 우리 외상술을 실컷 마시자, 내일이면 다 갚을 텐데, 뭐.”

 그들은 마음이 들떠서 동네 술집에 가서 실컷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둘이는 1등을 한다느니, 임금님의 손 사위가 된다는 말을 떠들어대면서, 술주정을 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술집 주인이 술 취한 그들을 밖으로 쫓아내고 문을 닫았습니다. 둘이는 제 정신을 잃고 술집 앞거리에 쓸어져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해피는 밤새 동생을 기다렸으나 오지 않자, 부모님이 깨시기 전, 새벽에 포춘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다 동네 술집 앞에서 쓸어져 잠든 포춘이와 살랑이를 보았습니다. 살랑이는 깨워서 집으로 보내고, 동생은 형이 업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해피가 먼저 포춘이 귀를 잡아 흔들었습니다.

“포춘아, 일어나.”

 몇 번이나 흔들자, 그제야 눈을 게슴츠레 떴습니다.

“응, 여기가 어디야?”

“집이야. 왜 술집 앞에서 쓸어져 잠잤니?”

“술집? -- 아 참, 어제 밤에 술을 마셨어.”

“네가 정신이 있어? 오늘이 시합 날인데”

 그 말에 포춘이의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뭐, 시합? 아, 맞다. 오늘이 그날이지.”

“너 어제 밤에 늦도록 안 들어온다며 엄마아빠가 걱정 많이 하셨어.”

“그래? 이제는 내가 엄마아빠를 호강 시켜 드릴거야.”

“네가 무슨 재주로?”

“형, 사실은 말야. 어제 행운이 온다는 네 잎 클로버를 찾았거든.”

“네가?”하고, 형은 웃었습니다.

“응. 살랑이는 못 찾고 나만 찾았어. 이제 나 오늘 일등 할 거야.”

“네 몸이 이래 가지고 어떻게 시합에 나가니? 어서 몸이나 잘 보살펴.”                         

“알았어, 형”

 

그들은 아침을 먹고, 1시간가량을 뛰고 달려 정오 전에 왕궁 앞에 도착했습니다.

평소 달리면 40분 정도 걸리는데, 비실대는 포춘이와 같이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널따란 잔디밭은 나라 안에서 모여든 토끼선수들과 가족들로 가득했습니다.

 시간이 되어 선수들이 앞으로 나서자, 해피도 포춘이도 나섰습니다. 선수가 모두 30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자기 같은 흰 토끼나 까만 토끼도 있었지만, 얼룩진 토끼도 있고, 또 갈색, 회색, 노랑색 토끼도 처음 보았습니다. 해피는 털 색깔이 다른 토끼도 많은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어제 포춘이와 술을 마신 살랑이는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몸에 탈이 났나봅니다.

그런데 포춘이가 손이 아픈지 손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포춘아, 너 손이 아픈 거야?”

“괜찮아 형. 그래도 내가 일등 할 텐데, 뭘.”

“너, 너무 행운만 믿고 무리하지 마라. 실력대로 승부가 나는 거야.”                           

“아니야. 나는 꼭 행운을 믿어.”하고, 포춘이가 자신 있는 듯 손을 들어 보였습니다.

이윽고 황금왕관을 쓴 임금님 가족이 나와 높은 의자에 앉았습니다. 임금님 곁에 왕비,

그리고 그 곁에 왕자부부와 공주금관을 쓴 손녀가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는 넓은 왕궁의 담장을 끼고 빨간 깃대가 꽂아진 길을 따라 10바퀴를 도는 것입니다.

이윽고 큰 북소리와 함께 푸른 깃발이 한번 크게 펄럭이자, 선수들이 일제히 뛰기 시작했습니다. 해피가 가장 앞에서 뛰고, 그 뒤를 바짝 쫓아 포춘이가 뛰었습니다. 그렇게 4바퀴를 도는 동안 선수들이 하나 둘 지쳐 거의 반이나 경기를 포기했습니다. 6바퀴를 돌 때 남은 선수는 일곱 명에 불과했습니다.

 형의 뒤를 바짝 뛰어가느라 포춘이가 무척 힘들었지만, 네잎 클로버가 자기에게 행운을 줄 것으로 믿고 입을 악물고 버텼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세 바퀴를 남겨두고는 온 힘이 다 빠져 헉, 헉 대다가 그만 꼬꾸라지고 말았습니다.

 해피가 맨 앞에서 달려가느라 동생이 넘어진 것을 몰랐지만 한 바퀴 돌아오다 동생이 길에 쓸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급하지만 쓰러진 동생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해피가 걸음을 멈추고 동생의 귀를 잡아 흔들었습니다.

“야. 포춘아. 정신 차려라.”

“으응.. 나..너무.. 힘들어.. 죽겠어.. 으응.." 

포춘이는 숨 쉬기도 힘드는지, 숨이 아주 거칠었습니다.

“내가 뭐랬니, 너무 행운만 믿고 무리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내가 널 업고 달릴까?  어서 내 등에 업혀 자."

 해피가 등을 돌려댔으나 포춘이는 움짖이기도 힘 들었습니다.

"안 돼.. 난.. 안 돼..어서..달려..어서.."하고, 포춘이는 죽어가면서도 한 손을 경주장을 가리켰습니다.

"아, 알았어. 그럼, 몸 조심해. 나 급해서 먼저 간다.”

 해피가 다시 달기기 시작했을 때 어느새 자기 앞에 뛰어가는 토기 둘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해피를 앞선 것입니다. 해피가 힘을 다해 뛰어가 하나를 제쳤습니다. 날마다 부모님 약을 구하러 몇 시간씩 뛰고 달렸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둥 둥 둥 둥”

 마지막 1바퀴가 남았다는 북소리가 울렸습니다. 해피가 더 힘을 다해 뛰어 맨 앞에 가는 검은 토끼를 제쳤습니다.

그 순간 '와아~' 하는 구경꾼들의 함성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마침내 해피가 1등으로 골인했습니다. 구경꾼들의 함성과 박수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2등은 먼 마을의 검은 토끼, 3등은 이웃 마을의 얼룩 토끼가 차지했습니다.

 그들은 임금님 앞에 서서 상을 받았습니다. 임금님은 1등인 해피에게 물었습니다. 

“장하도다. 늠름한 소년이여. 어디에 사는 누구인고?”

“예. 저는 양지 마을에 사는 해피라고 합니다.”

“오, 이름도 행복한 해피. 그래, 그대의 소원이 무엇인고?”

 모든 토끼들이 숨을 죽이고 무슨 말을 할까, 해피의 입술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예. 제 소원은 아빠 엄마가 감기로 고생하시는데, 왕궁의 용한 의사님 치료를 받아 빨리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아, 그대는 훌륭한 효자로군. 암, 그렇게 하지.”

 

바로 그때였습니다. 우리나라 119 같은 일을 하는 토끼 몇 명이 토끼 한 마리를 들것에다 눕혀 임금님 앞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이 물었습니다.

"거, 무슨 일인고? 또 그 토끼는 누구인고?" 

 해피가 보니, 동생 포춘이었습니다. 그래서 해피가 임금님께 고개를 숙이고 말씀 드렸습니다.

"사랑 많으신 임금님이시여, 저 아이는 오늘 달리기 시합을 하다 그만 지쳐 쓸어진 제 동생입니다."

해피의 말에 임금님은 약간 놀랐으나, 다시 급히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럼 그 토끼 먼저 왕궁 의사에게 보이고, 또 얼른 해피집으로 가서 부모를 모셔다가 왕궁 의사에게 보이도록 하여라"

 그날 즉시 포춘이는 왕궁 의사에게 가서 치료를 받았고, 황금마차가 가서 해피의 아빠 엄마를 왕궁으로 모시고 와서 용한 의사의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그 덕에 해피의 엄마 아빠는 사흘 만에 먼저 건강을 되찾았으나 포춘이는 큰 병이어서 한달동안 치료를 받고 나서야 겨우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효성이 지극하고 늠름한 해피는 임금님의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은  토끼나라에서 제일 예쁜 임금님의 손녀와 결혼하게 했습니다. 임금님의 손 사위가 된 해피는 임금님의 허락으로 엄마 아빠, 그리고 포춘이 까지 왕궁으로 데려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해피가 나중에 토끼나라 임금이 되었을까요? 글쎄, 그건 나도 궁금하네요. 

                                                                                        -계간 아동문학세상(201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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