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고백

유소솔 2023. 11. 14. 00:00

 

                                     김연수(시인. 다일공동체 상임대표)

나의

무엇이 아닌

내가 져야하는 계절입니다

 

당신을 향해

돌아서는 이 시간

 

주여

버릴 것 버리지 못해

가난한 나날을

참회합니다

 

사랑으로 살아간대도

너무나 짧은 한 생

더욱 사랑하지 못한 죄를

통회합니다

 

은총의 햇살에도

익지 못해

어린 영혼을 고백합니다

 

주여,

척박한 내 뜨락의

마지막 잎 새 까지 지면

가을 산하 어디에나 펼쳐두신

복음을 읽겠습니다

 

내가 나를 만나는

침묵의 계절을 이젠 허락해 주소서

헐벗은 내가 당신을 입는

기도의 맨 속문을 열어주소서

 

내가 진 자리마다

당신이 살아오면

남은 날은

 

더욱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더욱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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