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시인. 다일공동체 상임대표)
나의
무엇이 아닌
내가 져야하는 계절입니다
당신을 향해
돌아서는 이 시간
주여
버릴 것 버리지 못해
가난한 나날을
참회합니다
사랑으로 살아간대도
너무나 짧은 한 생
더욱 사랑하지 못한 죄를
통회합니다
은총의 햇살에도
익지 못해
어린 영혼을 고백합니다
주여,
척박한 내 뜨락의
마지막 잎 새 까지 지면
가을 산하 어디에나 펼쳐두신
복음을 읽겠습니다
내가 나를 만나는
침묵의 계절을 이젠 허락해 주소서
헐벗은 내가 당신을 입는
기도의 맨 속문을 열어주소서
내가 진 자리마다
당신이 살아오면
남은 날은
더욱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더욱 사랑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