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1등 왕자

유소솔 2025. 3. 13. 00:00

 

                                       최효섭(94세, 방정환아동문학상)

 

왕자님이 계셨습니다.

그는 무엇에나 1등을 해야 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2등을 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별명이 1등 왕자입니다.

 

어느 날 학교운동회에서 200미터 달리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키다리 아이 하나가 왕자님보다 더 빨리 앞질러 달렸습니다.

왕자님이 달리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런 못된 놈이 있나! 이 놈아 내 뒤로 달려라. 내가 1등 왕자니라!”

그러나 키다리는 양보하지 않고 달리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것은 운동경기입니다. 왕자님이라도 양보할 수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내 뒤를 달리고 있지 않으냐? 사람에게는 신분이 있다. 나는 왕자이고 너는 신하인데 왜 나를 무시하고 내 앞을 달리느냐?”

 

그러자 키다리 아이도 이렇게 대꾸하며 달렸습니다.

“저는 농부 아들입니다. 그러나 경기에는 왕의 가문이나 농부의 집안을 따질 수 없습니다. 학생이면 누구나 똑 같습니다.”

마침내 화가 난 왕자님교장선생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저 키다리를 체포하여라.”

그래서 키다리는 달리는 도중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고, 왕자님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1년 후, 운동장에서 씨름대회가 열렸습니다.

왕자님과 붙은 아이들은 일부러 넘어져 왕자님결승에 올랐습니다.

상대 선수는 아이들을 하나씩 모두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키다리였습니다.

이 씨름은 볼만했습니다. 엎치락뒤치락 승부가 나지 않다가 두 선수가 똑같이 쓰러지자, 심판이 키다리의 손을 들어주어 승리를 선언하자 왕자님이 즉시 항의했습니다.

“잘못된 판정이다. 이 씨름은 내가 이겼다.”

 

그래서 심판들이 본부석 비디오 필름을 다시 돌려본 후, 키다리승리를 또 선언했습니다.

왕자님이 또 항의했습니다.

“심판관들, 왕자신하와 씨름해서 졌다고 하면 나라의 망신이 아니겠소?”

“왕자님. 이 판정은 비디오 판정을 자세히 보고 내린 결정입니다.”

그러자 화가 난 왕자님이 “저 불충한 심판들을 감옥에 가두고 비디오는 불살라버려라.”

 

생전 처음으로 시합에서 져 본 왕자님은 그만 이 났습니다.

"내가 1등이다. 나는 왕자니까 1등이어야 한다. 내가 달리기도 1등이다. 내가 씨름도 1등이 다. 내가 전부 1등이다."

그는 종일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중병이어서 의사들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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