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1934-2022)
잠은 아무 소리도 없이 오는데
사람들은
잠이 솔솔 온다고도 하고
잠이 살살 온다고도 하고
눈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히 내리는데
사람들은
눈이 펑펑 내린다고도 하고
눈이 사락사락 내린다고도 하고
새는 아무 소리도 없이
하늘에서 날고 있는데
사람들은
새가 훨훨 난다고도 하고
새가 씽씽 난다고도 하고
그러나 나도 들을 수가 있어요.
내가 엄마에게 뽀뽀를 할 때
엄마 가슴이 뛰는 소리를
내가 아빠에게 뽀뽀를 할 때
아빠 가슴이 뛰는 소리를
잠처럼 솔솔
눈처럼 펑펑
새처럼 훨훨
가슴이 뛰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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