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상록수의 꿈

유소솔 2021. 2. 20. 01:07

                                                                             

 

아파트 화단에서

여름 내내 쑥 쑥 자라

서로 키를 자랑하던

초록 옷 입은 나무들

 

가을이 되자

초록 옷을 벗고

서로 다른 빛깔 옷 갈아입고

화려한 맵시 뽐낸다.

 

은행나무는 노랑 옷

단풍나무는 빨강 옷

굴참나무는 갈색 옷

소나무만 여전히 초록 옷

 

나무들이 소나무 흉본다.

“소나무는 다른 옷이 없나봐”

“때에 따라 옷 갈아입을 줄도 모르나봐”

“쟤는 초록 옷 하나로 지겹지도 않나봐”

 

사람들도 와서 말한다.

“아, 은행나무 빛 고운 것 봐!”

“야, 단풍나무 빛 너무 황홀해!”

“저 굴참나무 빛이 진짜 가을 빛깔이야!”

 

친구 나무들이 핀잔을 주고

사람들마다 거들떠보지도 않은 소나무

때론 외롭고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참고 또 웃으며 초록빛 더한다.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 불자

은행 옷, 단풍 옷, 갈색 옷이 사라져

모두 고운 옷 벗고 빨가숭이 됐지만

소나무 초록 옷은 더욱 빛을 발해

 

나무들이 한탄하고 부러워한다.

“아이, 추워. 이제 겨울을 어떻게 살지?”

“아, 나는 빨가벗어 부끄러워 죽겠어”

“저 소나무는 옷도 안 벗어 따뜻해서 좋겠다”

 

겨울 되어 나무들이 추워서 벌벌 떨자

소나무는 하나님께 기도한다.

“하나님. 저는 상록수여서 춥지 않지만

딴 나무들 추워 살 수 없으니 도와주소서“

 

며칠 후, 하늘에서 함박눈이 펄 펄 내려

앙상한 나무들마다 흰 털 옷을 입히자

사람들은 흰 눈꽃 피었다고 좋아하고

철 따라 변치 않는 소나무도 칭찬한다.

 

이것이 상록수의 꿈

이것이 상록수만이 지닌 아름다움

아이들아, 상록수의 꿈을 갖자.

사람들아, 상록수의 아름다움을 펼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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