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시청 정문 옆 소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있는 예쁜 소녀상
몇 년 전에 세워졌으나
여름에는 뙤약볕
겨울에는 눈송이
비바람 불 때는 흠뻑 젖었다.
그걸 자주 본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냥, 그냥 지나갔다.
몇 년 동안 그렇게, 그렇게 지나갔다.
이슬비 내리던 어느 봄날
어느 유치원 아이들이
우비에 우산을 쓰고 와서
소녀상 둘러서서 선생님 얘기 들었다.
그때 한 아이가 소리쳤다.
- 선생님, 이 언니 비 맞고 있잖아요?
너무 불쌍해요.“
아이는 다가가 자기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걸 본 친구 둘이 따라가서
- 아무리 조각상이지만
비 맞으면 안 되지요.“ 하고
자기 우산을 그 옆에 받쳐주었다.
한 아이는 자기 모자를 벗어 씌워주었다.
그곳을 지나다 이걸 본 시청 여직원 둘이
슬며시 미소하고 지나가며 서로 말했다.
- 역시 아이들은 순진하단 말이야“
- 나도 유치원 시절에 저랬을까?“
이 소식이 조금씩 조금씩 전해지고
마침내 시장님의 귀에까지 들려졌다.
한 달 후,
용인시청 소녀상은
여름에는 시원한 모자
겨울에는 털모자와 덧옷이 입혀지고
비 오는 날에는 작은 우산이 씌워졌다.
나라 때문에 평생 고생했던 슬픈 소녀는
이제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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