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80초 명칼럼, '반 고흐의 구두'

유소솔 2025. 11. 11. 00:00

 

 

                                                       이어령 교수(1934- 2022)

 

유명한 화가 반 고흐

구두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비평가들은 그 구두를 놓고

이런저런 해석을 늘어놓았지만

구두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반 고흐의 그림을 좋아해서

그것을 동양화풍으로 비슷하게 그린

‘풍자개’라는 중국의 화가가 있었지요.

 

하지만 그 화가가 그린 구두

반 고흐의 그것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단단한 구두창

길 위의 버러지 한 마리를 밟아 죽이려는

순간을 그린 것이었지요.

 

얼마나 많은 가죽 구두

신고 다니는 주인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벌레 밟아 죽였는지

아마 반 고흐도 몰랐을 것입니다.

 

을 깨고 애벌레가 나오는

초여름이 되면

한국의 농부들은

느슨하게 조인 짚신을 삼아 신고 다녔지요.

그것을 오합혜(五合鞋)라고 불렀습니다.

 

반 고흐구두짚신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됐지만

우리는 지금도

그 옛날 농부들처럼 오합혜를 신고

여름이 오는 저 들판으로 함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