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교수(1934-2022)
나무를 쓰러뜨리는 도끼 자루는
바로 나무입니다.
쇠를 녹여 도끼를 만드는 곳도
바로 나무입니다.
나무가 도끼가 되어 나무를 죽입니다.
도끼 한 자루가 나무 숲 전체를 멸합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가정이라는 숲
마을이라는 숲
나라와 민족이라는 숲
카인과 아벨처럼 형제의 피가 그 숲을 멸합니다.
그러나 판도(Pando) 나무를 생각하세요.
나무가 쓰러지고 산불이 나도
판도는 뿌리에서 새 생명의 나무를 자라게 합니다.
뿌리 하나가 거대한 숲을 이루며
8만 년 동안이나 살아 온 지구 최장수의 나무 숲,
도끼로 찍고 찍어도 판도의 숲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숲을 볼 때 이파리와 가지를 봅니다.
그러나 흙 속에 묻혀 있는 뿌리를 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나뭇가지는 도끼자루가 되어 나무를 찍지만
그 뿌리는 판도처럼 산불 속에서도
살아남은 숲을 만듭니다.
당신은 슬기로운 사람,
결코 도끼 자루가 아닙니다.
판도의 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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