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80초 명칼럼, '도끼 자루와 판도의 숲'

유소솔 2025. 11. 25. 00:00

 

 

                                                 이어령 교수(1934-2022)

 

나무를 쓰러뜨리는 도끼 자루

바로 나무입니다.

를 녹여 도끼를 만드는 곳도

바로 나무입니다.

 

나무도끼가 되어 나무죽입니다.

도끼 한 자루가 나무 숲 전체를 합니다.

믿는 도끼발등 찍힌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가정이라는 숲

마을이라는 숲

나라민족이라는 숲

카인과 아벨처럼 형제의 피가 그 합니다.

 

그러나 판도(Pando) 나무를 생각하세요.

나무가 쓰러지고 산불이 나도

판도뿌리에서 새 생명의 나무를 자라게 합니다.

뿌리 하나가 거대한 숲을 이루며

8만 년 동안이나 살아 온 지구 최장수의 나무 숲,

도끼로 찍고 찍어도 판도의 숲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을 볼 때 이파리와 가지를 봅니다.

그러나 속에 묻혀 있는 뿌리를 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나뭇가지도끼자루가 되어 나무를 찍지만

그 뿌리판도처럼 산불 속에서도

살아남은 숲을 만듭니다.

 

당신슬기로운 사람,

결코 도끼 자루가 아닙니다.

판도의 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