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80초 명칼럼, '아르키펠라고(群島)의 달걀'

유소솔 2025. 12. 10. 00:00

 

 

                                               이어령 석좌교수(1934-2022)

 

달걀을 삶으면

애초의 원형 그대로입니다.

3개의 달걀은 3개의 달걀

제각기 따로 있습니다.

 

달걀을 깨어 함께 찌면

모든 것이 하나로 섞입니다.

3개의 달걀은 개채의 모양을 상실하고

그냥 하나가 됩니다.

 

그런데 달걀 프라이는 어떻게 될까요?

노른자위들은 따로따로지만

흰자위는 구별 없이 하나로 붙어있습니다.

3개의 달걀

3개의 달걀인 채로 있으면서도

하나결합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잃지 않고서도 남들과 어울리려면

개성을 가진 채로 조직 안에서 활동하려면

삶은 달걀이나 달걀찜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달걀 프라이를 하듯이

하나로 이어진 바다 위에서

노랗게 떠 있는

아르키펠라고(群島)처럼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