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80초 명칼럼, '수염을 찾아라'

유소솔 2025. 11. 19. 00:00

 

 

                                                   이어령 교수(1934- 2022)

 

흰 수염이 신선처럼 앞가슴을 가린 할아버지

길에서 아이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 수염이 그렇게 긴데

주무실 때는 수염이불 속에 넣고 주무세요?

밖에 빼놓고 주무세요?“

 

“하하하! 고 녀석 누울 때는 말이다,”

막상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정말

자기가 수염을 어떻게 하고 자는지 알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어요.

“글쎄다, 오늘 밤 자고 내일 가르쳐주마.”

그리고 얼른 집으로 와서 이부자리를 펴고 누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문제가 생겼습니다.

수염이불 에 넣고 나니 갑갑했고

수염이불 밖으로 내 놓으면 허전해서

할아버지는 밤새도록

수염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그래요.

누구나 자기 가슴속에 묻고 사는

수염 하나씩 있습니다.

좀 헷갈리고 꼬인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모른 채 살아 온 나날들

새파랗게 눈을 뜨고 지켜보세요.

 

일거수일투족 숨어 있는 수염

의식 위로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묻는 자에게 답을 하세요.

 

“이것이 나의 , 나의 모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