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진(1916-1998, 한국예술원상)
눈 같이 흰 옷을 입고 오십시오.
눈 위에 활짝 햇살이 부시듯 그렇게 희고 빛나는 옷을 입고 오십시오.
달 밝은 밤 있는 것 다아 잠들어 괴괴한 보름밤에 오십시오.
빛을 거느리고 당신이 오시면 밤은 영원히 물러간다 하였으니
어쩐지 그 마지막 밤을 나는 푸른 달밤으로 보고 싶습니다.
푸른 월광(月光)이 금시에 활닥 화안한 다른 광명(光明)으로 바뀌어지는
그런 장엄하고 이상한 밤이 보고 싶습니다.
속히 오십시오. 정녕 다시 오시마 하시었기에
나는 피와 눈물의 여러 서른 사연을 지니고 기다립니다.
흰 장미와 백합꽃을 흔들며 맞으오리니
반가워 눈물 머금고 맞으오리니
당신은 눈 같이 흰 옷을 입고 오십시오.
눈 위에 활짝 햇살이 부시듯 그렇게 희고 빛나는 옷을 입고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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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시인은 안성교회 출신으로, 1939년 ‘문장’지에 등단했으나 일제치하 고향에서 칩거 중 이 시를 썼다가 해방을 맞아, 재건한 성결교회의 활천 1946년 복간호에 게재된 시이다. 일제치하의 어둠으로 표현되는 현실의 불의와 학정을 거부하고 빛과 평화로 다시 오실 주님을 사모하고 뜨겁게 맞이하려는 신앙 시이다. 그러나 시인의 염원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소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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