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행복한 생각
이틀 후 설 명절입니다. 설이 되면 우리는 ‘처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새해 첫날의 공기, 첫인사, 첫 떡국. “한살 더 먹었다”라는 말에 진심이 있지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 그럼에도 내가 여기에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누군가와 함께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고향 먼 길로 달려갑니다.
고향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고, 어떤 사람에게 고향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하는 곳”으로, 설은 그 두 마음을 동시에 꺼내 놓습니다.
반가움과 부담, 감사와 미안함이 한 상에 함께 앉습니다.
명절의 식탁은 참 묘한데, 음식보다는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아서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의 마음에는 세월이 남긴 빈칸과 균열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여전히 아프고, 누군가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밥을 먹는데, 설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채로 함께 앉는 것이 관계의 마지막 끈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이 지나간 자리에는 늘 이상한 온기가 남습니다.
따뜻해서가 아니라, 따뜻해지고 싶어서 남는 온기입니다.
저는 설이 지나면 꼭 한 사람에게 연락합니다.
명절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 혹은 그냥 “생각나서” 연락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명절 잘 보냈어요? 문득 생각나서요.”
이 짧은 말이 끊어졌던 마음의 길을 다시 열듯 신앙도 이런 것이라고 믿습니다.
멀리 가 있던 마음이 하나님께 돌아오고, 그 마음이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오는 것.
우리가 하나님께 받는 은혜는, 결국 누군가를 살리는 말과 손길로 흘러가야 합니다.
새해는 달력에서 시작되지만, 진짜 새해는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한 주,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봅시다.
먼저 묻기보다 먼저 안아 주고, 먼저 평가하기보다 먼저 축복해 주는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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