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의 단상

종려주일을 맞으며

유소솔 2021. 3. 27. 22:45

 

폴 부르제(Paul Bourget)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로써

1914년 정오의 악마(Le Démon de mid)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현대인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배부르게 먹고 더 풍족한 여가를 즐기는 것 같지만 점점 쳇바퀴 돌듯이 멈출 수 없는 무한 반복의 트랙에 갇혀 내려오지 못하고 있고, 그것만이 유일하게 사는 길이라고 믿게 되어버렸다. 햄스터들이 쳇바퀴를 돌면 멈출 수 없듯이 인간도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서 현대인들이 반드시 자기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에 산업화 속의 인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주어진 상황에 따라가기 급급한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우려하고, 스스로가 생각한 대로 살아가지 않고 흘러가는 시류에 자신의 좌표도 생각하지 못하고 살다 보면 자신의 자아와 가치를 잃어버리고 하나의 도구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로 나의 현재 좌표를 파악해야 합니다.

 

오늘은 종려주일(Palm Sunday)입니다.

이 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려고 예루살렘에 어린 나귀를 타고 들어가셨고, 사람들은 예수님의 왕으로 입성하심을 찬양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예수님에게 있지도 않았고, 하나님 나라에도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들에게 만 있었습니다.

성전에서 상을 엎으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주권자들의 힘을 두려워 예수님을 피하였고, 하루 하루가 지나도 그리 별다르지 않은 예수님의 모습에서 실망하며 떠났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이 잡히시던 밤에 제자들도 실망과 두려움 속에 예수님을 떠났습니다. 그것이 우리들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길 위에서 주님은 외로우십니다.

당신을 믿는다고 하는 이들은 많으나 그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은 적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가신 평화의 길은 한사코 외면하고, 주님이 우리 기준에 맞추어 행동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지금 예수님의 뜻과는 상관이 없는 자기의 욕심을 따라서 지금 예수님을 환영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기들의 욕심이 눈을 가려서 이런 예수님의 뜻을 보지 못하고 있어요.

주님을 따라가는 그들의 행렬은 주님을 환영하는 행렬이었지만, 그러나 실상은 주님과 상관없는 행렬이었습니다. 주님을 위한 행렬이 아니라 자기들의 꿈을 위한 행렬이었고, 십자가와 고난을 위한 행렬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광을 위한 행렬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나귀타고 오신 우리 주님을 따라 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우리도‘호산나’하면서 우리의 욕심의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까?

스스로에게 물어 보는 종려주일의 아침이 되기를 바랍니다. (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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