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의 단상

사랑의 다리 잇기

유소솔 2021. 4. 17. 15:37

 

 

20년 전쯤에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서 캠퍼스 사역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름에 수련회를 가서, 학생들이 연출한 스킷 드라마를 보았는데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제목은 <건축>(construction)이었습니다.

 

난파선을 타고 가다 무인도처럼 보이는 작은 섬을 발견하고 수영을 해서 겨우 도착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몇 명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섬의 한 모퉁이에 건축 자재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들은 건축 자재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토의하기 시작합니다.

 

한 젊은이는 이 섬에서 한동안 살아야 할 것 같으니 집을 지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믿음이 좋은 한 젊은이는 청교도를 본받아 교회를 먼저 지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때 한 젊은이가 나서서, 가까운 곳에 다른 섬이 있는 것 같으니 그 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그리고 만일 그 섬의 원주민들이 이 섬으로 쳐들어 올 것에 대비해 섬 둘레에 담을 쌓자고 주장합니다. 마침내 그들은 담쌓기 공사에 착수합니다.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낯선 청년 한 명이 수영을 해서 이 섬으로 오자 그를 붙잡아 체포합니다.

“너는 누구냐?”고 묻는 그들에게 체포당한 청년은 기가 막힌 듯 바라보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이 섬과 저 섬을 함께 소유한 주인 추장의 아들이오. 건축 자재는 내가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두 섬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고 준비한 것인데, 당신들은 다리 대신에 담을 쌓고 있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 젊은이가 “저 놈이 수상하다, 저 놈을 죽여라”고 외칩니다. 그러자 다른 젊은이들이 달려들어 그를 때리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면서 불이 꺼지고 장내는 잠시 어두워집니다. 다시 불이 켜졌을 때, 무대 중앙에 십자가가 서 있습니다. 그 청년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 가면서 남긴 멘트가 반복해 들려옵니다.

“나는 다리를 놓고자 했는데, 당신들은 담을 쌓았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인이 누구인가를 말하면서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자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라라고 합니다.

 

‘왕 같은 제사장’

여기에서 제사장을 라틴어로 ‘폰티프(Pontiff)’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pontifex’ 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다리 놓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다리는 연결입니다. 만날 수 없던 사람들이 만나게 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살아가도록 하는 ‘다리 놓는 사람’들이 바로 크리스천입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의 다리가 점점 끊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1m 이상 간격을 강요당하고 있고, 대화도 마스크를 쓰고 하라는 것에 사람마다 외로운 섬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성도들은 용기를 내어 이 시대의 ‘제사장’으로서 서로를 이어주는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의 다리가 되는 여러분들 되시기를 기대합니다(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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