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타셨다.
빈자리 없는 만원이다.
할머니가 선 앞자리엔
눈감고 이어폰 낀 청년
고개 숙여 핸드폰 보는 아가씨
그 옆 할아버지가 일어나셨다.
-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아녜요.”
- 저보다 나이 많으시니 앉으세요”
“아이, 미안해요.”
건너편에서 앉아가던 나는
문득 시골 외할머니가 생각나
나도 몰래 벌떡 일어났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 아니야, 난 괜찮아
하지만 나는 얼른
옆 칸으로 달려갔다
나도 모르는 부끄러운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