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부끄러운 얼굴로

유소솔 2021. 6. 19. 00:30

                                                 

 

지하철에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타셨다.

빈자리 없는 만원이다.

 

할머니가 선 앞자리엔

눈감고 이어폰 낀 청년

고개 숙여 핸드폰 보는 아가씨

그 옆 할아버지가 일어나셨다.

 

-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아녜요.”

- 저보다 나이 많으시니 앉으세요”

“아이, 미안해요.”

 

건너편에서 앉아가던 나는

문득 시골 외할머니가 생각나

나도 몰래 벌떡 일어났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 아니야, 난 괜찮아

 

하지만 나는 얼른

옆 칸으로 달려갔다

나도 모르는 부끄러운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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