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이해인)

유소솔 2021. 8. 22. 23:44

 

누구의 아내도 아니면서

누구의 엄마도 아니면서

사랑하는 일에

목숨을 건 여인아

 

그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부끄러운 조바심을

평생 혹처럼 안고 사는 여안아

 

표백된 빨래를 널다

앞치마에 가득 하늘을 담아

혼자서 들꽃처럼 웃어보는 여인아

 

때로는 고독의 소금 광주리

머리에 이고

맨발로 흼 모래밭을

뛰어가는 여인아

 

누가 뭐래도

그와 함께 살아감으로

온 세상이 너의 것임을 잊지 말아라

모든 이가 네 형제임을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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