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수월래의 추억

유소솔 2021. 9. 22. 00:02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오르는 한가위

그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이순신 장군이 군사전략으로 시작했다는

강강수월래’를 기념하려는 남녀노소들이

전라도 해안 마을마다 넓은 곳에 가득 모여

남녘의 민속놀이에 기쁘게 뛰 놀았었지. 그때는.

 

여자들은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남자들은 바지와 잠바를 입은 채로

아무나 손잡고 큰 원으로 천천히 돌며

재치가 있는 누구의 선창에 따라

‘적군이 강을 넘어 온다’는 경고의 노래로

‘강강수월래’를 힘차게 불러 힘을 과시했다.

 

처음엔 천천히 돌며 모두 ‘강강술래’ 네 번 부른 후,

선창자가 조금씩 빠르게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전라도 우수영은(강강술레) 우리장군 대첩지다(강강술레)

장군님 높은 공은(강강술레) 천추만대 빛나리라(강강술레)

 

선창자 노래가 차츰 빨라지며 잘못된 세상 비꼬기도 하면

춤꾼들의 큰 원도 점점 빨라지고 강강수월래도 빨라지면서

나중엔 모두 숨도 가쁘고 노래도 간략해져

팽이처럼 돌고 돌다 모두 지쳐 쓸어졌었지.

                                                                                                               

모두들 맨땅에 누워 가쁜 숨소리로 땀 닦으면

마음에는 평안이, 나라 사랑의 기쁨 찾아와

사람들 마음이 하나로, 온 마을이 단결하는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을 생각하고 감탄했었지.

 

왜정 36년 동안엔 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막아

해방 이후, 잃어버린 민속놀이 찾아 시작했고

50년 대 나의 중고교 시절에 추석 밤에 즐겼는데

이 좋은 민속놀이, 언제 민초들에게 사라졌을까

 

60년대 초, 추석에 고향 찾았을 때도 있었는데

70년대 후반인가, 고향을 찾았을 땐 조용하여

바람만이 운동장을 휩쓸고 다녀 썰렁했었지.

 

강강수월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호이고

2009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걸작으로 등재됐으나

오늘 같이 잘 사는 시대에는 필요가 없고

옛 민속놀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휘영청 밝은 한 가위 보름에는

전통 민속회원들만이 전용으로 TV에서 보여주는

우리 민속놀이의 보존으로 겨우 명맥 이어갈 뿐

온 겨레가 단합할 ‘강강수월래’로 정착했으면...

 

그래서일까.

휘영청 한가위 달이 떠도 마음만 반가울 뿐

무엇 하나 잃어버린 듯 서운한 마음뿐이니

시대의 탓일까?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없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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