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꽃이 사는 이유

유소솔 2020. 11. 20. 22:25

                                               

 

이 세상 고운 빛깔

모두 모아

하나님은 꽃을 만들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빛깔 중에서

  벚나무에게 흰 빛을

  개나리에게 노랑 빛을

  진달래에게 진분홍빛을

 

예쁘고 샘이 많은 장미에겐

  가시와 함께

빨강, 노랑, 하양, 분홍, 까망...

   원하는 빛을 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꽃들마다

  향주머니 하나씩

    안겨주었습니다

 

그래서 꽃은

  제각기 다른 빛깔로

  제각기 다른 향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며

  열심히 사는 것입니다.

 

         

- 소솔 제2동시집(2001)에 게재

- 한국기독교 시의 주류 '사랑의 시학' 수록(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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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 시는 2019년 최규창 시인이 기독교신문 연재 <한국기독교 시 순례>에서 대표적 기독교 시의 하나로 선정했다. '태초에 하나님의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 1)는 우주만물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 시는 이러한 하나님의 창조 속에서 '꽃'에 대한 창조과정을 상상력을 동원하여 섬세하게 표현했다. 꽃은 고운 빛깔만을 모아 만드셨으나 꽃의 종류에 따라 다른 빛깔로 만드셨다.  그리고 꽃마다 향주머니를 하나씩 채워준 것도 하나님의 창조행위임을 일깨워준다.  하나님이 창조한 꽃에 기발한 발상과 구성, 꽃이 주는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가운데 재치있는 전개는 류 시인의 문학적 원숙한 역량에 기인한다. 하나님의 꽃 창조로부터 꽃이 사는 이유까지 신앙의 안목에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영감 있게 지어 큰 감동을 주고 있다.(최규창. 월간 창조문예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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