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솔이 좋아하는 시와 글

12월의 엽서

유소솔 2021. 12. 26. 00:02

 

 

 

   12월의 엽서

                   - 이해인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고 우울해 하기보다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해야 할 일을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게 하소서.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순결하게

마음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하소서.

 

12월엔 묵은 달력 떼어내고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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