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교수(1910-2007/ 시인. 수필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 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 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해변 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사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사랑을 얻었어도 고통스럽고)失了愛情痛苦(사랑을 잃었어도 고통스럽다)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