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호숫가 한 바퀴 산책하다 나무다리 건너려는데 힐끗 내 시선을 사로잡는 샛노란 얼굴 걸음 멈추니 물가에 우뚝 선 십여 송이 꾸벅꾸벅 인사한다. 눈길 주는 사람 나밖에 없어서일까 꽃말이 ‘자존심’이라는데 그 뜻 따라 매일 한 번씩 찾아 친구처럼 미소로 눈짓한다. 다리 밑에서 사는 물오리 찾는 사람 많지만 이곳을 찾는 내 마음은 어떤 고독이 슬며시 깃든 청초하고 아련한 샛노란 꽃잎 문득 하늘 먼저 오른 정인情人 생각에 잊을 수 없는 노란 그리움 찾았으나 열흘 후 그만 모두 시들고 말아 이젠 꿈에서나 그리며 기도의 길로 찾아가련다. - 용인동백 호수에서(2020.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