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세월 흘러 2

6월의 바람

6월의 바람 - 홍계숙 신록 우거진 숲속 샅샅이 훑는 6월의 바람 금년에도 흐느끼며 불 것 같다.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떠돌다가 녹슨 철모 벗지 못한 채 어머니, 외치고 있는 영혼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흘러간 70여년 세월 고귀한 핏줄 조국에 바친 가슴엔 뽑아도 뽑아도 돋아나는 그리움의 잡초 무성한데 아, 지금도 들려오는 포성소리 끝나지 않은 바람 앞에서 피난길 떠났던 백발의 소녀 안개꽃 흩뿌리며 기도드린다. 녹슨 철조망 걷어낼 수 있기를 견고한 분단의 벽 허물 수 있기를

2022.06.25

나의 유년시절 한 토막

- 동섬을 그리며 해마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바닷가 개펄 밭에 깊숙이 묻힌 내 유년시절 한 자락을 들춘다. 그곳은 목포역 뒤 ‘동섬’ 동쪽에 있다는 작은 섬 어쩌다 똥섬이라고도 불렸지만 우리에겐 여름 방학 놀이터였지. 온몸에 뻘 칠을 한 대 여섯 꼬마 검둥이들이 꼬추를 내 놓고 밀물이 흥건한 바다 한 구석에서 가져 온 낚시를 던져 망둥어나 돔 잡이에 신이 났고 도망가는 썰물이 넓은 개펄 밭을 들어내면 헤엄쳐 건너가서 두 다리 푹푹 빠져가며 게 구멍 쑤셔 게를 잡고 어쩌다 낙지 잡으면 찢어서 나눠 먹고 갈매기를 보면 산에서처럼 얏호! 얏호! 하늘로 손나팔 불면 지나가던 갈매기들이 끼룩, 끼룩, 끼룩.. 대답하며 날아갔었지. 누구의 말에 따라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작은 섬 한 바퀴 돌아오면 맨 꼴지 아이가 ..

동화시 202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