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유소솔 2023. 11. 23. 00:00

 

 

                                       조병화(1921- 2003/ 경희대 교수 역임)

 

가을엔 우리 고개 숙입시다

맑게 비워낸 경건한 마음으로

을엔 우리 서로 고개 숙입시다

 

높아가는 가을하늘이 두고 가는

 이 무거운 사랑 

그 무거운 사랑을 이어받아

고운 마음으로 고운 마음으로깊이 간직하면서

그 소중함을 가득히 가을엔 우리 서로 고개 숙입시다.

 

기도와 같은 순결한 마음을 깨워 

우주 만물에 감사를 하며

더욱 익어가는 사랑을 뜨겁게 안고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가 없어

떠나는 것들에게

눈물로 눈물로 작별을 하면서

남은 것들끼리 슬픔을 서로 나누어 가며

우리도 언젠가는 떠날 그날을 준비하면서

 

가을엔 그 가을엔

우리 서로 고개 숙여

서로 곁에 있다는 걸 감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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