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감동 이야기

신사참배 반대한 강경교회 어린이들

유소솔 2021. 1. 28. 22:26

지금 충남 강경시에 가면, 강경성결교회 넓은 마당에 커다란 화강암에 사연과 그림까지 조각한 큰 기념비가 서 있다.

이는 당시 우리 국민으로 '최초 신사참배 거부 선도기념비'로, 신사참배를 반대한 강경성결교회 교사와 어린이를 위한 기념비인데,  보는 이마다 국가와 신앙을 생각하게 하는 감동을 준다. 그 기념비의 사연을 간략하게 알아 보자.

                                                                                                                 

1924년 10월 어느 주일이었다. 그때는 일제 강점기로, 강경성결교회의 주일(교회)학교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 속에서 반사회의를 했다. 그때 강경소(초등)학교 교사로 있는 김복희 반사가 열변을 토했다.

“구약성경 다니엘서에 나오는 우상숭배 사건이 지금 우리 앞에 닥쳤어요. 총독부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하기로 결정하고, 우선 소학교 아이들부터 시키기로 했답니다. 신사는 일본의 죽은 왕들을 모시는 사당으로 일본에 있는데, 우리나라 도시나 군마다 가짜 신사를 만들어 억지로 참배시켜 우리 민족을 일본 민족으로 만들려는 전략입니다. 며칠 후 10월 11일은 일본국의 제삿날이므로, 이날 전국적으로 소학교 아이들에게 먼저 신사참배를 시킬 것입니다. 우리 교회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우상숭배의 죄 짓지 않도록 철저히 가르쳐야 합니다.”

김 반사의 말에 교사들은 놀라면서 전적으로 찬성했다. 그래서 오후 2시 주일학교의 설교는 김복희 반사가 하기로 했다.

 

 주일학교 시간에 김복희 반사는 구약 다니엘서 3장을 읽고, 우상에게 절하지 않은 다니엘의 세 친구에 대해 설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상에게 절하지 않은 다니엘의 세 친구를 뜨거운 풀무불에서 건져내신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계십니다. 일본은 전국에 신사를 만들어 우리에게 절하라고 강요합니다. 신사가 무엇인 줄 아시나요? 신사는 이미 죽은 일본 왕들을 신이라고 제사지내는 사당인데, 여기에 절하면 우상숭배 죄를 짓게 됩니다. 우리교회 어린이들은 다니엘의 세 친구처럼 믿음으로 굳게 뭉쳐 신사에 절하지 맙시다.” 그날 이 교회의 주일학생 중 강경소학교 학생 57명은 따로 모여, 김복희 교사의 지도로, 믿음을 달라고 뜨겁게 기도하고 굳게 결심했다.

 

 마침내 10월 11일이 왔다. 오전에 강경소학교 어린이들은 일본인 교장의 인도로 신사가 세워진 높은 장소로 갔다. 이곳에 모인 어린이들은 일본인 감독관의 구령에 맞춰 모두 신사를 향해 절을 했다. 그러나 김복희 교사와 강경교회 57명의 어린이들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서 있었다. 이를 보고 화가 난 감독관은 교장에게, 참배하지 않은 교사와 학생들을 처벌하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일본인 교장은 학교로 돌아와 직원회를 열고 김복희 교사에게 신사참배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김교사는 “나는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입니다. 기독교는 하나님 외 어떤 것에 절하는 것은 우상숭배요 죄이기 때문에 금하고 있습니다. 신사는 무엇입니까? 일본의 죽은 왕들을 제사지내는 신당 아닙니까? 일본인의 신당에 왜 우리가 절해야 합니까? 우리에게 절을 시킴으로 우리국민을 모두 일본 국민으로 만들려는 수작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앙적으로, 또 민족적으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또 57명의 아이들은 모두 제가 다니는 교회아이들입니다. 그들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신사참배 안한 것이 죄가 된다고 학칙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죄가 없습니다.”하고 열변을 토하자, 교장이나 교사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식민지 백성으로 이렇게 강한 믿음으로 일본 정책에 법으로 맞서는 사람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교장은 이 문제해결을 위해 상급기관에 자문을 구했다. 어느 날, 서울 총독부에서 학무국장이 내려오고, 도에서 학무과장이 내려와 교장과 함께 협의했으나 당시는 처벌할 법이나 학칙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고민하다가, 교장에게 '김교사를 권고사직 시키라'고 명령하고는 떠나버렸다.

 

 교장은 학부모회를 소집하여 자문을 구했다. 그러나 학부모 어느 분이 “나는 예수교를 믿지않아 조상에게 제사지내는데, 내 아들은 예수교 신자로 제사 때 절을 하지 않아요. 처음에는 매도 때리고 밥도 굶겨보고 별 위협을 다했지만 듣지 않아요. 이것은 총칼로도 어쩔 수 없는 신앙문제여서 나는 포기하고 말았습니다.”하지 않는가?

 

 어쩔 수 없이 교장은 김복희 교사를 불러, “김선생을 처벌하지 않으면 이 늙은 교장이 처벌을 받게 되니 나를 살려주는 셈치고, 권고사직 해주면 좋겠소.”하고 사정을 했다. 김교사는 “내가 학칙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권고사직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정 그러시다면 내가 자진해서 의원(依願)면직 하겠어요. 대신 57명의 아이들은 처벌하지 않은 조건입니다.”하자, 교장이 “예, 예"하고 고개를 계속 숙였다. 그래서 김 교사는 ‘의원면직서’를 쓰고 물러났다. 김복희 교사는 신앙의 여장부요, 애국애족에 대한 숨은 보배였다. 

 

 그로부터 일본은 21년 후, 미국 등 연합군에 의해 항복하고 우리 민족은 해방의 기쁨을 찾았다. 모든 국가는 멸망할 때가 있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영원합니다.                                                                       

                                                                       - 가슴 울리는 성결인들의 이야기(소솔 저)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