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감동 이야기

한국 최초의 군인교회 이야기

유소솔 2021. 1. 19. 18:58

 

1951년 1월 16일 오후였다. 6. 25전쟁으로 임시수도가 된 부산의 제3육군병원은 난데없이 술 취한 한 난동자에 의해 기물이 파괴되고, 떠드는 고함소리로 매우시끄러웠다.

 “나는 살인자다. 나 때문에 내 동생 식구들이 빨갱이 놈들에게 학살되었단 말이다.” 하고 소리지르며,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도 했다. 그리고 갑자기 아무 곳에나 쓸어져 잠들어 버렸다.

 조용해야할 병실의 환경이 갑자기 돌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짜증스런 표정만 지을 뿐 누구하나 그 난동자를 만류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 환자들은 물론 군의관과 간호장교들에게 까지 신임과 존경을 받고 있던 곽우불(郭牛佛)대위였기 때문이다.

 곽 대위는 점심시간에 고향인 전남 진도에서 찾아온 친척 한 분을 만났는데, 친척은 곽대위에게 슬픈 소식을 전했다.

공산군이 후퇴하면서 곽 대위의 동생과 가족 6명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학살 이유는, 동생이 현직 면장이었고, 또 형(곽대위)가 현역 국군장교였기 때문이었다. 이 기막힌 소식에 곽 대위는 큰 충격을 받아,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난동자로 변했으니, 이를 어쩌랴.

 

 곽 대위는 해방 후 육사 제5기 출신 장교로, 육군본부에서 정훈장교로 활동했다. 6, 25전쟁이 나던 그 해 9월 14일 경상도 영천의 치열한 전투에서 지휘관이 부족해 정훈장교가 중대장 신분으로 지휘하다가 부상을 당해 이곳 병원으로 후송되어 4개월째를 맞고 있는 신실한 장교였다.

 그는 해방 전 일본 중앙대학 법과를 졸업한 후, 해방을 맞은 조국에서 영어를 잘 해 미 군정청 편수관으로 일하다가 당시 혼란한 시국의 안정을 위해 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육사에 입학한 착하고 진실한 애국심의 소유자였다.

 곽 대위가 난동자로 변해버린 후, 사흘 동안 그의 거친 행동은 계속되었고, 사람들은 그를 피해버려 그는 더욱 외로웠다. 그러나 곽 대위가 소리치고 아무 곳에 쓸어져 잠들 때마다 그를 안고 와서 그의 침대에 눕힌 후 기도하는 한 목자가 있었다. 그는 지송암 목사였다. 지 목사는 병원장의 허락으로 군병원에서 매일 환자들을 위해 위로하고 치유를 위해 기도하며 자상하게 상담해주는 자원봉사자였다.

 

 이날도 밤새도록 술을 퍼마시고 난동을 부린 곽 대위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 졌다. 

“빛을 달라, 나에게 빛을 달라 !”하고 외친 후, 그는 병원 밖에 나가다 쓸어졌다.

그가 새벽에 목이 말라 깨어났을 때 그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 지 목사를 보았다.

 

 그 순간 곽 대위는 와락 지 목사를 껴안고, “목사님, 감사합니다.”하면서 흐느껴 울었다. 지목사는 성경을 펴면서, “곽 대위님이 애타게 찾던 빛이 여기 있습니다. 들어보세요.”하고, 요한복음 1장 9절 이하의 말씀을 읽었다.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취는 빛이 있었나니 -------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 이 말씀을 듣는 순간 곽 대위의 마음이 갑자기 밝아지고 뜨거워지면서, 그는 자신이 추한 인간임을 고백하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이날 그는 회개를 통해 예수를 구원의 주님으로 믿음으로 새사람으로 거듭났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였다.

 

 곽 대위는 즉시 정훈과 자기 사무실 천막의 반을 칸으로 막아 그곳에 교회를 설립하고, 이날 저녁부터 지송암 목사의 인도로 병원 동료들과 간호사들과 함께 예배를 드림으로서 군인교회가 시작되었다. 육군본부 특명에 의해 비공식적 군종활동을 시작한 1951년 2월 7일은 곽 대위가 이날 세운 군인교회보다 18일이나 늦었다.

 

 곽 대위는 이 군인교회에서 부부가 함께 세례를 받았는데, 이것 역시 군인교회 최초의 세례자가 된다. 그는 군인교회 첫 집사로 열심히 전도하다가 소령으로 제대한 후, 고향인 진도에 가서 장등성결교회를 창립하고 충실한 장로가 되었다.

그 후 교역자의 사명을 받아 50이 넘은 나이에 성결교신학교를 졸업하고 인자한 성결교회의 목사가 되어, 농어촌 작은 교회를 찾아 자비량 간증부흥회를 통해 많은 영혼을 구원하는 사명자의 삶을 소천할 때까지 산 신앙의 거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