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감동 이야기

똥통에서 건진 성경책

유소솔 2021. 1. 30. 00:59

그날은 1963년 4월 어느 주일 아침이었다.

경기 화성군 반월면 당수리의 마을교회에 낮예배가 시작되었다. 신자들은 겨우 부녀자 10여명과 남자 2-3명이 마루예배당에 앉아 드리는 예배였지만 , 그들은 완고한 한 씨족들의 반대를 이기고 교회에 다니는 신앙의 용사들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신자들은 이상한 냄새에 신경이 쓰여 예배에 정성을 기우릴 수 없었다.

 

담임전도사가 설교를 마치고, 먼저 교회에 관한 광고를 한 후, 신자들에게 광고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당시 시골교회에서는 흔히 그랬다. 그러자 어느 여집사가 일어나서 “예배 시작 때부터 나쁜 냄새가 나는데 왜 그런지 조사했으면 좋겠습니다.”하고 말하자, 신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감을 표시했.

                                                                                                                       

바로 그 때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정정혜 집사가 조용히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그의 손에는

누르끼리한 색깔의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그는 돌아서서 신자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드린 후,

눈물이 섞인 말로 호소를 했다.

 

“여러 성도님들, 죄송합니다. 그 냄새는 바로 이 성경책에서 난 것입니다. 모두 알다 싶이 우리 남편의 예수 반대와 핍박 때문에 죽을 고생입니다. 그동안 푼돈 모아 어렵게 구한 성경책을 남편이 두 권이나 아궁이 불 속에 던져 태웠지 뭡니까? 또 보름 전에 전도사님이 사다주신 이 성경을 잘 보관한다고 변소 겸 헛간 구석에 숨겨두고 교회에 올 때마다 몰래 가지고 다녔는데, 바로 어제 남편이 헛간에서 성경을 발견하고 이 귀한 성경을 글쎄, 헛간 똥통에다 쳐 박았지 뭡니까? 헛간에 내가 갔을 때 숨겨둔 성경이 보이지 않아 이리 저리 찾다가 동통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건져내어, 논두렁 물로 울면서 씻고 또 씻어서 조심스럽게 그늘에 말렸지만, 종이 낱장마다 밴 오물이 다 씻겨지지 않아 이렇게 냄새를 피우게 되었으니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우리 남편이 회개하고 예수 믿도록 기도해 주세요. 흑흑”

이렇게 정집사가 똥통에서 건져낸 성경책 이야기를 눈물로 했다. 그의 호소에 성도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담임전도사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성도들에게 말했다.

“알고 보니 이 냄새는 더러운 냄새가 아니라, 신앙의 핍박을 이긴 예수님의 향기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모두 정 집사님께 격려의 박수를 보냅시다.”했다. 그래서 교회 안은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예배 마친 후, 여성도들은 정집사를 붙잡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기도했다.

 

정 집사는 남편 한(韓)씨와의 슬하에 1남 4녀를 두었는데, 남편은 독자인 은석이를 끔찍이도 사랑했다. 5일 장에 갔다 오면 반드시 먹거리를 사와 은석이에게 주면서, “너만 먹어라.”고 했다. 그러나 착한 은석이는 아버지 몰래 엄마와 누나들과 같이 나눠 먹었다.

 그런 은석이가 13살 때 누나를 따라 수원의 어느 교회의 부흥회에 참석했다가 큰 은혜를 받고, 회개하여 새사람이 되자, 이제 부친은 은석이마저 미워하며 무섭게 다루었다.

                                                                                                                        

얼마 후, 평소 폐가 나빴던 한씨는 폐결핵이 도져 죽음을 앞두게 되었고, 의사가 와서 전염병이니

병자 곁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방 앞에 새끼줄을 쳐 놓았다.

은석이는 부친을 지옥으로 보낼 수 없다며, 죽으면 죽으리라 결심하고 아버지의 방에 뛰어들어 갔다.

“아버지. 예수 믿으세요. 예수 믿으셔야 천국에 갑니다. 아버지~”하고, 흐느끼며 매달렸다.

 그러자 부친은 뜻밖에 모기만한 소리로 “은석아, 그동안 나를 용서해라. 네가 믿는 예수, 나도 믿겠다.”하고, 눈물 흘리며  그동안 지은 잘못을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의 찬송 속에 임종한 부친을 구원 받게 한 후, 전도사님이 와서 장례를 잘 치루었다.

한씨의 아들 은석은 성장하여 신학대학에 들어가 성결교회의 목사가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 교회를 개척하고, 2층 벽돌교회를 잘 지어 부흥하는 교회를 잘 섬기다가 80세에 소천했다.

 

                                                                                   - 소솔의 ‘마음 울리는 성결인들의 이야기’(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