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목민심서에서)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으니 그대여, 누구나 꽃으로 보시게.
털려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 들면 못 덮을 허물이 없으니,
누군가의 눈에 들긴 힘들어도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이다.
귀가 얇은 자는 그 입도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도 바위처럼 무거우니
사려 깊은 그대여! 남의 말을 할 때는 자신의 말처럼 조심하여 해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너그러움은 사람을 따르게, 깊은 정은 사람을 감동케 하나니 마음이 아름다운 그대여! 그대의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 지리라.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뜻이요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요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며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이고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니 지나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정신이 돌아 버릴 수 있으니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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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말엽 당시 석학 다산 정약용은 실학을 집대성한 애국지사다. 그는 백성을 진실로 사랑했고 천주교를 믿음으로 15년간 유배를 당했어도 촌음을 아껴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사회개혁에 심혈을 기울여 500여권의 책을 썼던 그는 남양주로 옮겨져 여생을 살다가 고향에서 숨을 거두었다. (소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