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의 단상

주여, 하반기에도 우리와 함께 하소서

유소솔 2026. 7. 5. 00:00

 

 

 

 

 

마라톤 경기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있습니다.

출발선에서 힘차게 달려 나간 선수들은 어느 순간 반환점(turning point)에 이릅니다.

그러나 반환점결승선이 아니고, 그렇다고 출발점도 아닙니다.

이미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그러기에 아무리 빨리 달렸더라도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결승에 이를 수 없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그런 반환점이 있습니다.

어느새 여섯 달(전반)이 지나가고, 또 다른 여섯 달(후반)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이란 때로 출발보다 점검이 더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방향을 잃은 속도는 우리를 더 멀리 어긋나게 할 뿐이니 하나님은 우리의 걸음재촉하시기보다, 오히려 그 걸음이 향한 길을 가만히 점검하기를 원하십니다.

 

맥추감사주일은 바로 이러한 절기의 문턱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절기가 모든 추수를 마친 뒤에 드리는 감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직 거두어야 할 것이 밭에 남아 있는데도, 먼저 그 첫 열매 하나님 앞에 내어놓는 절기입니다.

이 순서에는 어떤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감사란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진 사람의 노래가 아니라, 지금까지 지켜 오신 손길기억하고 앞으로도 인도하실 것을 신뢰하는 성도고백입니다.

그러니 반환점은 오히려 감사를 배우는 자리가 됩니다.

감사는 지나온 시간을 아름답게 매만지고, 믿음은 다가올 시간을 담대하게 열어주기에 이이 만나는 자리에서 다시 걸어갈 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반환점이란 무언가를 내려놓기에 알맞은 자리이기도 합니다.

지난 반년 동안 마음 한편에 쌓여 온 실패의 기억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면, 그것을 끝까지 짊어지고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달리기 선수처럼 맡길 것은 맡기고 붙들어야 할 것은 다시 두 손에 그러쥐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므로 반환점은 끝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출발에 가깝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지나간 시간에 붙들어 두시는 분이 아니라, 언제나 앞으로 걸어가라 부르시는 이기 때문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감사로 품고 남은 시간을 믿음으로 딛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늘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시는 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상반기의 걸음을 함께해 주셨듯이, 하반기에도 우리를 선한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걸음을 옮기는 모든 분의 발걸음 위에, 하나님은혜와 평강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