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하나 짓고 싶다

유소솔 2020. 11. 16. 11:21

 

나는 그곳에

빈집 하나 짓고 싶다.

 

잃어버린 자아 찾는 사람이면

돈 없이 누구라도 며칠 쉴 수 있는

생수 같은 맑은 시내가 있고

작아도 천하지 않은 초가삼간

 

마당에 철따라 꽃들이 피고

과일나무도 있어 심심치 않아

볕이 잘 드는 남향에

밤엔 달도 별도 초롱초롱 보이는 집

 

여름에는 모기향 피울 수 있고

겨울에는 군불 지피는 땔감도 있어

인생의 의미 찾기에 도움 되는

좋은 책들과 성경도 꽂혀 있어

 

사람이 그립다 하면

이웃에 사는 우리 내외가 달려가

이런저런 얘기하다 주님 만나도록 돕고

허기지면 우리 집 소찬으로 모시고 싶다.

 

만년설이 덮인 먼 산을 바라보며

옥 같은 물 흐르는 수정水晶 마을

 

그곳에 빈집 하나 짓고 싶다.

하늘나라 닮은 그런 집 하나 짓고 싶다.

 

 

- 작시(2013. 01. 18)

- 월간 창조문예(2015. 9)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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