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끝자락 호수에서

유소솔 2019. 1. 28. 00:43

                                                    

 

 

1990년 8월, 그 어느 날

독일 유학생 조趙 목사와 함께
이탈리아 성지를 돌아보고
돌아오다 만난 가파른 언덕
이름 모를 호수.

웃통을 벗고
바지 걷고 양말까지 벗어
첨벙 호수에 뛰어든 순간
발목이 싸늘해 온다.

놀라며 고개 들고 바라 본 하늘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선 머언 산
알프스 산맥의 끝자락인가.

흰 눈이 여름마다 조금씩 녹아
흘러서 쌓이고 쌓인 호수
빙하氷河

맑고 푸른 태고의 숨결이 녹아 있는 듯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물을 떠 마신다.

맑고 푸른 찬 기운이 몸속을 시원케 하고
끼얹는 물에 상체上體가 부르르 떨며
한 여름 살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 소솔 제1시집에 수록(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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