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향竹香

유소솔 2019. 1. 27. 20:15

 

 

전라도 담양에는 죽향이 있다.

울창한 대숲을 뚫고 찾아 온
한줄기 봄 햇살이
팔뚝만한 대나무


그 텅 빈 가슴을 두드리면
파아란 댓잎들이 날개로 춤을 추며
은은한 향내 번져와 심신을 정갈케 한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대나무들
그 끝을 찾다 현기증 일어
지그시 눈 감고 죽향 마시면
세상의 욕망이 덧없이 사라져

유배지流配地의 한을 달랬다는
옛 선비들의 지순한 마음
사계절의 푸름 따라 상록수 되어
영원을 지향하고 있다.

삶이 괴로울 때면
일상을 훌쩍 떠나 담양에 가자.

그곳에는 우리를 새롭게 하는
죽향이 있다.

                                           

- 소솔 제1시집 수록(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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