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달이 두둥실 떠오르는 한가위
그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이순신 장군이 군사전략으로 시작했다는
‘강강수월래’를 기념하려는 남녀노소들이
전라도 해안 마을마다 넓은 곳에 가득 모여
남녘의 민속놀이에 기쁘게 뛰 놀았었지. 그때는.
여자들은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남자들은 바지와 잠바를 입은 채로
아무나 손잡고 큰 원으로 천천히 돌며
재치가 있는 누구의 선창에 따라
‘적군이 강을 넘어 온다’는 경고의 노래로
‘강강수월래’를 힘차게 불러 힘을 과시했다.
처음엔 천천히 돌며 모두 ‘강강술래’ 네 번 부른 후,
선창자가 조금씩 빠르게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전라도 우수영은(강강술레) 우리장군 대첩지다(강강술레)
장군님 높은 공은(강강술레) 천추만대 빛나리라(강강술레)
선창자 노래가 차츰 빨라지며 잘못된 세상 비꼬기도 하면
춤꾼들의 큰 원도 점점 빨라지고 강강수월래도 빨라지면서
나중엔 모두 숨도 가쁘고 노래도 간략해져
팽이처럼 돌고 돌다 모두 지쳐 쓸어졌었지.
모두들 맨땅에 누워 가쁜 숨소리로 땀 닦으면
마음에는 평안이, 나라 사랑의 기쁨 찾아와
사람들 마음이 하나로, 온 마을이 단결하는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을 생각하고 감탄했었지.
왜정 36년 동안엔 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막아
해방 이후, 잃어버린 민속놀이 찾아 시작했고
50년 대 나의 중고교 시절에 추석 밤에 즐겼는데
이 좋은 민속놀이, 언제 민초들에게 사라졌을까
60년대 초, 추석에 고향 찾았을 때도 있었는데
70년대 후반인가, 고향을 찾았을 땐 조용하여
바람만이 운동장을 휩쓸고 다녀 썰렁했었지.
‘강강수월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호이고
2009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걸작으로 등재됐으나
오늘 같이 잘 사는 시대에는 필요가 없고
옛 민속놀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휘영청 밝은 한 가위 보름에는
전통 민속회원들만이 전용으로 TV에서 보여주는
우리 민속놀이의 보존으로 겨우 명맥 이어갈 뿐
온 겨레가 단합할 ‘강강수월래’로 정착했으면...
그래서일까.
휘영청 한가위 달이 떠도 마음만 반가울 뿐
무엇 하나 잃어버린 듯 서운한 마음뿐이니
시대의 탓일까?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없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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