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오면
나는 교회 성탄 트리에 흰 솜을 얹고
노래 부르던 소년이 된다.
파란 연기가 새어나던 톱밥 난로
합창 연습하던 아이들이
캑, 캑 오리소리를 내면
지휘 선생님은 찡그린 얼굴 되었고
합창연습이 끝나면
나와 몇 친구는 강단으로 올라가
연극연습에 열을 냈었지.
예쁘고 착하던 마리아 정아
활달하던 동방박사 정우, 경수, 준식이
개구쟁이 로마병정 성수, 영식이
그리고 또 누구더라.
참, 성수가 칼을 들고 고함치다가
낸 ‘뽀오옹’ 방귀소리에
한바탕 웃음보가 크게 터졌었는데
생각하면 그리운 시절
보고 싶은 정든 얼굴들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12월이 되고
성탄계절이 오면
나는 동심에 흠뻑 젖은
12살 앳된 소년이 된다.
- 월간 아동문학(2002. 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