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12월이 오면

유소솔 2021. 12. 1. 00:02

 

12월이 오면

나는 교회 성탄 트리에 흰 솜을 얹고

노래 부르던 소년이 된다.

 

파란 연기가 새어나던 톱밥 난로

합창 연습하던 아이들이

캑, 캑 오리소리를 내면

지휘 선생님은 찡그린 얼굴 되었고

 

합창연습이 끝나면

나와 몇 친구는 강단으로 올라가

연극연습에 열을 냈었지.

 

예쁘고 착하던 마리아 정아

활달하던 동방박사 정우, 경수, 준식이

개구쟁이 로마병정 성수, 영식이

그리고 또 누구더라.

 

참, 성수가 칼을 들고 고함치다가

낸 ‘뽀오옹’ 방귀소리에

한바탕 웃음보가 크게 터졌었는데

 

생각하면 그리운 시절

보고 싶은 정든 얼굴들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12월이 되고

성탄계절이 오면

나는 동심에 흠뻑 젖은

12살 앳된 소년이 된다.

              - 월간 아동문학(20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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