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O 승과 판정 승

유소솔 2022. 1. 14. 00:02

인간에게 가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일까. 

권투 같이 잔인한 경기가 현대인의 심성에 맞는 걸맞는 스포츠가 되고 있다.

권투의 승리는 두 가지로 나타난다. 심판들의 채점에 의한 판정 승과 채점과는 상관없는 KO 승이 있다.

일발필도의 KO 승 때문에 권투가 매력 있는 스포츠로 각광 받고 있다. 관중들은 판정 승보다 KO 승을 더 원한다.

주먹 한 방으로 상대를 꺼꾸러뜨릴 때 관중들의 환호성이 폭발한다.

 

KO 승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심리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은 현대의 매카니즘 속에서 탈출하고 싶은 심리적 반작용의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쌓였던 나의 스트레스가 제3자를 통해 통쾌하게 발산될 때 순간적으로 카타르시스의 경지를 맛보게 되는 것이 현대인의 어쩔 수 없는 이상적 심리가 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KO승을 잘하는 권투선수는 일약 영웅이 되고, 그의 대전료 몸값은 수십억을 호가한다.

 

이 시대의 이상 심리기류는 모든 분야에서 무섭게 작용하고 있다.

우선 교회를 잠시 살펴보자. 다 그렇지 않지만, 신자들은 자기네의 목사가 카리스마적 권위 있는 목회자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따라서 이에 부응하여 신자들 위에 군림하는 목사가 되기에 힘쓰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KO 펀치와 같은 카리스마적 능력으로 신자들을 압도하는 목회자 스타일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부흥사적 스타일이다. 초대교회의 베드로처럼 설교 한마디에 3천명이나 되는 군중들이 가슴을 치고 회개하며 주님께 돌아오는 역사는 그 얼마나 통쾌한가? 가히 성령의 능력을 힘입은 KO승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권투해설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르다.

처음부터 KO 승만 노리고 싸우는 선수는 주먹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에서 마구 주먹을 휘두르기 때문에 간혹 상대의 급소를 맞힐 수도 있지만, 거의 몸이 자연스럽지가 못해 헛손질을 자주하게 되다가 오히려 상대에게 치명타를 당하는 수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KO 승을 잘 하는 선수일수록 도리어 KO 패를 당하는 확률이 높고, 반면에 기본기가 착실히 닦여진 선수일수록 포인트 위주로 경기하기 때문에 좀처럼 상대에게 허점이 노출되지 않아 판정승을 거두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전에는 모든 교회마다 부흥사적 설교가 일년에 한번쯤 필요했었다.

부흥회 강사는 구원의 확신이 없는 신자들에게 구원에 대한 집중설교를 통해 회개하게 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신자들을 더욱 성장케하는 새로운 사명  받는 이가 많았다. 그렇다고 교회는 항상 부흥회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류 정치역사의 흐름은 오랜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민주주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제 우리도 군사정권 시대를 종식하고 민주주의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정부가 아닌 국민 하나하나가 주인인 이름그대로 민주주의는 링컨이 한마디로 정의하고 선언했다. "정부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 정부" 

 

교회의 목회 스타일도 탈바꿈해야 한다. 

평소 목회의 목표가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앙성장에 있듯 이제 어떤 권위보다 사랑으로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다가가야 한다. 따라서 그들의 문제점을 수시로 찾아 대화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교훈하고 권면하는 다정한 교사상(敎師像)이 요구된다. 

 

사회의 모든 기관의 지도자들도 상담사 스타일로 바귀어야 한다.

구 시대적 복종을 강요하기보다 복잡한 현대적 삶 속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의견도 반영하므로 보다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처럼 KO 승보다 판정 승을 위한 상담 스타일의 지도자가 많아질 때 사회의 질적 성장성숙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  -류재하(오늘의 크리스챤신문. 198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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