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유리 뒤에 숨어
나를 바라보는 너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던 너
일란성 쌍둥이보다 더 나를 닮은
하나밖에 없는 나의 분신
네 앞에 숨길 것
하나도 없구나.
전에는 까만 머리털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모습
전에는 멋쟁이처럼 하얀 얼굴
이제는 번데기처럼 주름투성이
전에는 별처럼 반짝이던 눈망울
이제는 안개 낀 흐리한 눈동자
전에는 조각품처럼 당당한 육체
이제는 푸성귀처럼 시들은 몸매
세월이 흐를 때마다 지켜보면서
내가 슬퍼 위로가 필요할 때에도
달랠 줄 모르고 그냥 흉내만 내는
한 장의 유리 뒤에 숨어
평생 나를 엿본 얄미운 흉내쟁이
도대체
넌,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