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유소솔 2020. 12. 11. 21:34

                          

 

한장의 유리 뒤에 숨어 

나를 바라보는 너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던 너

 

일란성 쌍둥이보다 더 나를 닮은

하나밖에 없는 나의 분신

 

네 앞에 숨길 것

하나도 없구나.

 

   전에는 까만 머리털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모습

 

   전에는 멋쟁이처럼 하얀 얼굴

     이제는 번데기처럼 주름투성이

 

   전에는 별처럼 반짝이던 눈망울

    이제는 안개 낀 흐리한 눈동자

 

   전에는 조각품처럼 당당한 육체

     이제는 푸성귀처럼 시들은 몸매

 

세월이 흐를 때마다 지켜보면서

내가 슬퍼 위로가 필요할 때에도

달랠 줄 모르고 그냥 흉내만 내는

 

한 장의 유리 뒤에 숨어

평생 나를 엿본 얄미운 흉내쟁이

 

도대체

넌,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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