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하(1959년 자유문학 등단)
이 가을엔
내 그림자를 훤히 들여다보게 하십시오
버릴 것은 샅샅이 찾아내어
버리게 하시고
아무런 무게 없이
눈부신 날개만 달게 하십시오.
스스로 미망의 덫으로부터
헤어 나오게 하시고
숨 돌려 제시간을
정확히 알아차리게 하십시오.
이 가을엔
가벼이 안경을 벗고
잠들게 하십시오. 깊이
잠들에 하십시오, 바다 한 가운데
그 품속으로
지내온 날들의
지울 수 없는 이야기를 골라
홀로 따습게 가진하게 하십시오.
이 깊은 가을 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