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3

풀꽃

윤수천(한국아동문학 작가상) 풀꽃은 키가 작습니다. 무릎 꿇고 앉아야만 눈을 맞출 수 있습니다. 풀꽃과 친구가 되려면 눈을 맑게 씻고 마음에 티가 없어야 합니다. 풀꽃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손에 든 것도 모두 내려놓으라 합니다. 그래야 작은 바람결에도 춤을 출 수 있다 합니다. 아. 저 작은 몸짓 아름다운 노래 간절한 기도 풀꽃은 키가 클 필요가 없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는 사람에게만 눈을 주니까요, 마음을 주니까요.

동시 2023.08.03

하늘이 심은 꽃

사람이 심은 꽃은 크고 화려하지만 하늘이 심은 꽃은 작고 더 귀엽지요 버린 땅 어느 곳에도 쑥쑥쑥 자라나지요. 사람이 가꾸는 꽃, 며칠 한 번 물주지만 하늘이 가꾸는 꽃, 비 이슬로 자라지요 혼자서 외로울까봐 여럿이 함께 자라지요. 사람이 좋아하는 꽃, 향기 있어야하듯 하늘이 좋아하는 꽃, 진한 향기나지요. 풀꽃이 뿜는 향기는 세상을 맑게 하지요.

시조/동시조 2021.04.15

풀꽃, 작은 평화가 깃든

친구의 부음 듣고 우울한 마음 지우려 산책 나서는 소공원 길 좁은 길 양 옆에 우뚝 선 크고 화려한 꽃나무들 서로 아름다움 뽐내는 사월의 어느 오후 꽃나무들 밑 낮은 풀섶에 가냘프게 춤추는 황색의 물결 민들레 같은 이름 모를 풀꽃들 미소 샛노란 사랑 깃발로 가득 휘날린다. 사람이 심고 가꾸는 꽃들은 크고 화려하나 금방 실증나지만 하늘이 심고 가꾸는 꽃은 작고 예쁘고 향기 넘쳐 사랑스럽다. 오늘따라 30여분 간 이 작은 노랑 풀꽃에 집착한 이유 나도 몰라 꽃을 지으신 분이 주신 마음에 평화가 깃든 것 외에는 - 2020. 4. 9

2021.04.10